[IT강국 디지털强軍](1)아날로그 국방을 디지털로③민·군 정보교류 활성화를

민과 군 정보화 전문가들이 최근 캐피털호텔에서 조찬 포럼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군은 정보기술을 이용한 효과적인 업무 개선을 이룸으로써 얼마든지 유연하고 역동성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민과 군 정보화 전문가들이 최근 캐피털호텔에서 조찬 포럼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군은 정보기술을 이용한 효과적인 업무 개선을 이룸으로써 얼마든지 유연하고 역동성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군(軍)은 최신 정보통신 기술 영역을 모르고, 민(民)은 군 전술 영역에 취약하다.’

 민과 군의 정보 혈류에 동맥경화 현상이 심하다. 특히 기술 전문가와 전술 전문가를 연결하는 것이 첨단 정보화 군 구현의 첩경인 상황에서, 기술·경영 등 민과 군의 정보 교류 차단은 ‘국방개혁 비전’을 실현 불가능한 청사진에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군 업무 특성상 보안에 민감하다보니 민과의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보안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돼선 안된다. 군도 정보화의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일방통행식의 정보 교류는 군 개혁의 속도를 더 높일 수 없다. 민과 군의 정보 교류 속도를 지금의 64Kbps급이 아닌 T3급 이상으로 반드시 높여야만 한다.

 ◇정보 교류 차단하는 보안=전문가들은 민과 군의 정보 교류 활성화의 걸림돌이 군사 보안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군사 보안만을 강조하다 보니 민과 군의 정보 교류 경색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군 정보화 사업은 대부분 표류했다. 또 민의 정보 유입이 차단됨으로써 군 조직 발전도 더디게 진행돼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결국 군이 정보화 사업 관리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한 탓에 불명확한 체계 개발 요구서를 작성해 기업에 맡겼고, 기업은 군의 소요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해 정작 개발된 체계는 군 업무에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해져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업 계획 수립 시 사업타당성과 예산적절성 판단 등을 지인을 통해 단편적으로 검토하고 단순한 제품 견적서를 수령한 탓에 시스템 전체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고, 이로 인해 체계 개발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술이 변화하고 사용자 요구가 바뀌면서 계획을 재변경하게 되고 자원 투입이 계획보다 과다하게 집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군 폐쇄성과 비용부담으로 국방 사업 기피 현상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보안 규정을 대폭 완화해 기업에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민·군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군은 정보화 사업 계획 등을 기업에 사전에 알려주고, 기업은 정보통신 기술 동향 등 군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발표해 상호 간에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

 안보경영연구원 한 관계자는 “보안은 필요하지만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며 “군 정보 전체를 가린 후 필요한 것만을 공개하기보다는 군 보안상 필요한 것을 가려놓고 그 외의 정보는 개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 교류 물꼬 터야=군이 올해 들어 민과의 정보 교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민과 군의 정보 교류 가교 역할을 위해 국방소프트웨어(SW)산학연협회 출범을 적극 지원하고 정보화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군이 참여한 국방정보화발전연구단을 발족시켰다.

 군이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력·기술 등 정보 교류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더는 국민혈세로 값비싼 수업료를 치러선 안된다.

 따라서 군은 국방SW산학연협회 출범 등을 계기로 군 정보화 계획을 공개하고, 민간 기술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을 산·학·군이 함께 모색해야 한다. 특히 개발된 정보 체계를 수출할 수 있는 국방정책도 수립해 군이 정보화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

 또 군은 기업의 연구시설과 능력을 적극 활용하고 민·군 겸용 기술 발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학교 연구개발 예산에서 국방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로 미흡해 민간 자원의 활용도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군사 업무 전문가들이 사회에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정작 정보화 사업에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군이 요구하는 정보 체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선 군사업무 전문가가 필요한만큼 기업도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장원초 국방부 정보화기획관 이사관은 “국방SW산학연협회와의 교류를 통해 SW 등 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경청, 국방 정보화 발전 및 개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직을 정보화 환경에 적합하게 재정립하는 등 조직의 업무 혁신을 과감히 꾀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전문가 공동기고-민성기 시스템체계공학원장· 고건 서울대 교수 

 1940년대 중반에 개발된 인류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은 야포 탄도를 계산하기 위해 미 육군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인터넷도 그 시발점은 1960년대 미 국방성이다. 미 국방성이 전시에 여러 곳이 파괴되더라도 계속 운영되는 통신망을 요청, 인터넷의 기본 프로토콜인 TCP/IP 개념이 태동됐다. 이외에도 버클리 대학의 국방 프로젝트 BSD 유닉스는 지금의 리눅스 기반기술이 됐다.

 이처럼 군에서 출발한 많은 IT기술은 미국 민간 부문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미국 군사력을 세계 최강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되돌아보면 우리나라도 지난 30년간 군과 민이 꾸준히 교류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우선 국방기술의 민간 이전과 함께 수십 년간 국방기술 인력은 꾸준히 민간 분야로 진출, 과거 영세하던 민간 기술을 크게 발전시켰다.

 최근에는 민간의 반도체·통신·조선기술 등이 우리의 국방 선진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민간 정보통신기술은 무기 선진화에만 그치지 않고 군 경영 효율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이로써 민간의 지적자산이 지배하는 국방경영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든 신경영을 적용하든 21세기에는 사회 모든 영역이 소프트웨어(SW)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 미 국방성은 무기체계 현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SW를 개발, 결과적으로 민·군 간에 엄청난 IT 발전과 함께 경제적 시너지효과를 가져왔다. 고도정밀 무기체계는 물론이고 자동차·가전제품 등에서 미국이 세계 1위를 되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SW 산업에서 미국은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우리는 1970년대 방위산업·중화학공업 육성으로 하드웨어(HW) 차원에서 경제적인 기적을 이룬 사실에 오랫동안 안주해 왔다. 그 결과 국산무기 생산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도 생산물량이 줄어, 더는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제 SW에서 뒤지면 모든 면에서 뒤지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민·군 간의 상호 교류를 활성화해 SW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민간 전문인이 군의 전장 환경에 대한 도메인을 함께 이해, 그 소요를 도출하고 함께 개발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