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SW 잃어버린 2년](하)육성책 다시짜자

역대 정권 중 참여정부만큼 소프트웨어(SW) 육성에 정책적 의지를 보인 정권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SW 강국 육성 의지를 천명했고,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도 SW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국내 일부 SW업체가 내수에서 외국 업체와 동등한 경쟁을 벌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적지 않았다.

 공개 SW 정책도 이 같은 측면에서 업계의 기대를 부풀게 했다. 통신과 달리 SW 후진성을 면치 못한 우리나라가 SW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개SW와 같은 블루 오션을 개척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도 세계적인 컴퓨팅 업체들의 지원 속에 공개SW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통부의 공개SW 육성정책의 타이밍은 정확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시행 기관이다. 청와대와 정통부의 정책적 의지와는 달리 정책 실행 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의 근시안적인 실행안이 시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SW진흥원이 단기 성과 위주로 공개SW 육성책을 마련하다 보니 공개SW를 도입하는 정부기관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계는 오히려 존립 기반마저 잃어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개SW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비전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리눅스 운용체계(OS)에 맞춘 공개SW 육성정책의 포커스를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SW 육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자치부 전산 업무 관계자는 “리눅스를 도입하려고 해도 기반 솔루션이 빈약해 불안하다”며 “OS보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등 시스템SW와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발주자협의회 관계자도 “리눅스가 개인이나 소규모 회사 홈페이지 등 단순 업무에만 적용되고 있다”며 “핵심 업무에 리눅스를 도입하려면 기반 솔루션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진흥원 중심으로 개발중인 리눅스 OS ‘부요’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산 리눅스와의 경쟁도 버거운 판에 ‘진흥원 리눅스’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부요에 대한 리눅스 업체들의 불만이 크고 개발 명분도 약하다”며 “정부가 OS를 개발해 업체에 넘겨줘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단언했다.

 신규 수요처 확보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대 수요처인 공공기관마저도 공개SW의 값어치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리눅스 업체들이 고전하는 주된 이유다.

 고건 서울대 교수는 “공개SW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 자생적으로 시장 논리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독일·중국 등 외국 정부가 공개SW 산업에 직접 관여한다”며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공개SW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단말기나 자동차 등 미래 수요처를 발굴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행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상급기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처럼 진흥원이 사실상 공개SW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상황에선, 정책 실행기관의 오판이 시장에 역행하는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가 SW산업 육성을 위해 신설한 소프트웨어진흥단의 역할이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욱제 리눅스원 사장은 “공개SW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기업과 자본이 이 분야에 뛰어들게 만들어야 한다”며 “공개SW 육성책도 이 같은 고민해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종·윤대원기자@전자신문, ijkim·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