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강국으로 가는 길](6)해외 벤치마킹-인도

인도 델리의 벤처거리
인도 델리의 벤처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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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 공항에서 20분 정도 차를 달리자 델리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6일 오전 8시 이른 시간이지만 델리 시내는 자동차와 인도의 택시로 불리는 오토릭샤(auto rickshaw)로 차도가 가득 차 있다. 차창으로 비치는 거리 풍경은 인도의 경제 성장이 본격화했음을 보여준다. 지하철 공사, 쇼핑몰 공사 등이 한창이다.

인도가 브릭스(BRICs)로 불리며 최고 성장 국가로 인식된지 불과 몇년 안됐지만 델리, 방갈로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IT 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패키지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스콤(Nasscom)과 맥킨지가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 소프트웨어 및 비즈니스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수출액이 2010년이면 6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매년 25% 증가하는 수치다. 이로 인해 향후 5년간 직접 관련 분야의 160만개, 간접 관련분야의 5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인도 경제성장률(GDP)이 6.5%를 유지할 것으로 가정하면 IT와 BPO 산업 규모는 2005년 회계연도 기준 인도 국내총생산의 3%에서 2010년에는 GDP의 7%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장충식 뉴델리코트라 무역관장은 “현재 인도는 영어구사가 가능하고 숙련된 저임금의 IT인력이 관련 산업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러한 우수한 노동력으로 인해 IT와 BPO 오프쇼어링 분야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가 지금처럼 초기부터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불리워진 것은 아니다. 지난 1995년만 해도 생산규모 측면에서 하드웨어·주변기기 부문 시장이 9억2100만달러 규모였을때, 소프트웨어 시장은 8억3500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5년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2000년 소프트웨어는 57억달러, 하드웨어·주변기기 시장은 19억9800만달러로 2000년 들어서며 소프트웨어 산업이 하드웨어 산업의 3배를 넘어섰다.

인도는 현재 전체 산업 중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달한다. 이 가운데 소프트웨어가 18%에 달하며 하드웨어는 3∼4% 정도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 △영어 구사가 가능한 저임금 고숙련 인력의 풍부함 △수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 제도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어 온 것은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1998년 정보기술 및 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한 국가대책반(NTFIT)를 구성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육성과 수출 측면에서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서는 조세 인센티브 정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수출에 필요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해외 기업에 대한 로비까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지원은 강력하다.

인도정부는 소프트웨어 수출을 위해서 전자소프트웨어수출진흥협의회(ESC), 인도소프트웨어기술단지(STPI:Software Technology Parks of India) 등을 설립했다. ESC는 시장개발지원사업 등 수출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며, STPI는 주로 소프트웨어 수출 시장 확대에 초점을 두고 강력한 지원을 벌이고 있다.

STPI는 소프트웨어기술단지(STP)를 지휘하기 위해 1991년 전자청 산하로 설립된 기관으로, 소프트웨어 수출을 맡고 있다. 인도 전체적으로 뉴델리 본사를 비롯해 뱅갈로르, 하이데라바트 등 주요 도시에 47개 지점이 있다. 6000여명의 직원이 있으며, 4000명이 수출만을 전담해 담당하는 곳이다.

1980년대 말 설립된 소프트웨어 업체 연합체 NASSCOM(Nation Association of Software and Service Companies)도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 초창기에는 38개 업체가 참여해 전체 매출 비중 65.7%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800여개가 넘으며, 이들 회원사의 매출이 전체 소프트웨어 산업 비중 95%를 넘을 정도다. 이들 단체는 국민들에게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영어구사가 가능한 저임금 고숙련 인력이 풍부하다는 것도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인정받는 요소다. 지난 1985∼86년만 해도 6800여명 수준이었던 인력이 2000년 들어 40만명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50만명을 넘어섰다. 수십배의 성장이 이뤄진 것이다.

델리에 위치한 STPI 본사의 S.N. 진달 국장은 “미국에 이어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인도”라면서 “영어 구사 인력이 많다는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기를 띨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소프트웨어 강국을 만드는 한 요소다. 인도에는 공과대학을 비롯한 정규교육기관, 사설 IT교육기관이 혼재하고 있다. 먼저 6개 인도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IIT)과 1개 인도과학기술대학(IISC)이 있다. 또 43개 지역 공과대학에서 공학 전문인력이 배출되고 860개 4년제 대학에서 매년 공학과 이학 석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IT관련 정규교육기관만 총 2860개소가 된다.

교육 과정에서도 수학을 중시하는 풍토가 현재의 고급 기술인력을 낳게 했다는 분석이다. 네루대학교의 S. 발라순다람 컴퓨터 & 시스템 사이언스 단과대학 학장은 “인도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 19단을 배운 뒤 바로 고등수학을 배우게 한다”면서 “수학에 강한 점도 소프트웨어 산업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네루대학교 컴퓨터 단과대학

인도 델리에 위치한 자와할랄 네루대학교는 대학원 중심대학이다. 학부가 아니라 대학원 중심이다보니 전체 학생수는 4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정문을 들어서 ‘여성인권 보장’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는 학생회관을 끼고 돌아서면 인도 4년제 대학생들 가운데 수재가 모인다는 이 학교의 자랑 중 하나인 컴퓨터 & 시스템 과학 단과대가 나온다.

단과대에 들어서자 S. 발라순다람 학장이 반갑게 맞았다. 이 교수 뿐만 아니라 동료 교수들이 하나둘씩 학장실에 모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했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최고 기업들이 있는 한국에서 무엇을 배우러 왔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강국의 원천은 무엇이고,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지 알기 위해 왔다는 말에 발라순다람 학장은 학교 소개부터 시작했다.

자와할랄 네루대학교는 인도의 국립대로써 최고의 수재가 모인다는 곳. 컴퓨터 &시스템 과학 단과대 과정은 3가지로 이뤄진다고 했다. 박사과정이 있고, 이를 통과한 후 3년동안 마스터 오프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스(MCA) 과정, 그 후 2년 동안 마스터 오브 테크놀로지(MTECH) 과정이 있다.

MCA의 경우에는 시험을 쳐 전국 대학의 박사과정을 마친 1만명 중 35명을 뽑는다. MTECH 과정도 4500명중에서 20∼25명 정도만 뽑는다. 19명의 교수는 인도 최고의 인도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IIT)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 단과대학의 특징은 수학 등 원리를 기본으로 한 교육에 충실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사회에 나가서 바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수학 등 원천적인 학문을 가르쳐 고차원적인 인력을 배출한다는 것이 기본 사상이다.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24시간 내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인터뷰-S. 발라순다람 학장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으로써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수학과 영어가 있습니다.”

S. 발라순다람 학장은 인도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중요하게 여겨 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원리를 알게 되고 그것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0’이라는 숫자를 처음 발생시킨 것처럼 애당초 수학에 강하기도 하지만 체계적인 교육이 수학실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뛰어난 영어실력도 소프트웨어 강국 원천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이어 영어를 사용하는 두번째로 큰 나라가 인도이며,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언제든 뛰어들 수 있고, 외국에서도 인도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을 파견했던 예를 들었다. 그 교환학생들은 컴퓨터를 공부하러 왔지만 결국 영어부터 다시 배우는 과정을 겪어야 했으며, 결국 다 포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