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에버테크노-한국형 벤처 성공 교과서

에버테크노는 50여 종류가 넘는 휴대폰 및 LCD, 반도체 관련 장비 제조 기술과 전문가들을 바탕으로 ‘보다 싸게, 좋게, 빠르게, 남이 없는 것을 개발’하는 토털 FA 업체를 지향한다. 사진 가운데가 정백운 사장.
에버테크노는 50여 종류가 넘는 휴대폰 및 LCD, 반도체 관련 장비 제조 기술과 전문가들을 바탕으로 ‘보다 싸게, 좋게, 빠르게, 남이 없는 것을 개발’하는 토털 FA 업체를 지향한다. 사진 가운데가 정백운 사장.

 ‘디스플레이, 휴대폰,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제품 설계 중심의 세계적인 토털 FA 메이커.’

 ‘고객 감동, 1등 제품 생산’을 목표로 창업 6년만인 올해 매출 1200억원 대를 바라보고 있는 에버테크노(대표 정백운 http://www.evertechno.co.kr)가 5000억 매출 고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0년 이전에 매출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에버테크노가 충남지역에서 벤처 성공의 ‘한국형 교과서’로 불리기까지는 50종이 넘는 독자 제품 개발과 창업 6년 동안 이직자가 거의 없는 철저한 인재 관리, 삼성 SDS와 공동 투자해 개발한 ERP 시스템 등 끊임없는 노력과 경영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버테크노는 지난 2000년 5월 천안밸리에서 정백운 대표를 포함해 5명이 의기투합해 출범한 기업이다.

 “처음엔 천안 컨테이너형 공장에서 휴대폰 단말기 성능 테스트 장비를 개발해 대기업인 S전자에 납품했는데, 성능 테스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2시도 좋고 3시도 좋고, 연락이 오는대로 구미 공장까지 달려 갔죠.”

 정 사장의 창업 초기 회고담이다.

 “나중엔 아예 납품 장비 전체를 반품받아 3∼4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열성을 발휘, 고객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단말기 장비를 대량 생산하는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죠.”

 에버테크노는 창업 때부터 ‘신뢰’를 생명처럼 여겼다.

 정 사장은 “힘든 시절이었던 2001년이 오히려 기사회생하는 데 전기가 됐다”며 “무엇보다 10억원이 넘는 돈을 외부에서 끌어 오는게 힘들었다”며 창업 초기의 어려웠던 기억을 풀어놨다.

 창업 초기 에버테크노는 종업원 12명이 새벽 4, 5시까지 수주 물량 맞추느라 밤을 새가면서 회사를 키웠다. 당시 12명이 7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도 냈다.

 올해 목표는 직원 1인당 5억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매출 급신장에 따라 직원 수도 올해 235명으로 창업 원년 대비 20배 늘었다.

 정 사장은 “창업 후 7억원으로 시작한 자금이 거의 소진됐을 때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며 “당시 직원 12명의 야식비가 한달 300만원까지 나올 정도로 힘들었지만 우리에겐 기술과 인력에서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에버테크노는 휴대폰 장비 개발에 멈추지 않고 제품군을 다양화하기 시작했다. 휴대폰 배터리 생산 자동화 장비에 이어 단말기 고속 테스트 핸들러 장비와 LCD 비전 검사 장비, 반도체 장비 설계, 로봇&FA 시스템 고도 설계 컨설팅 기술 등 50종이 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버테크노가 초기 개발한 휴대폰 테스트 장비는 지금도 장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휴대폰 검사장비, 자동 생산 장비 등도 기존 장비보다 성능이 탁월, S전자 공정 라인의 생산성을 3배 이상 높이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엔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50% 향상시킨 휴대폰 고속 테스트 검사 장비를 개발, 관련사들로부터 납품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의 납품 요청이 이어졌지만 응할 수 없었던 속내에 대해 정 대표는 에버테크노와 자신을 키워준 ‘S전자와의 의리 때문’이라고 귀뜸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첨단 장비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데 초석을 놓은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한다.

 에버테크노는 최근 거래선을 S전자 구미에서 탕정, 천안 나아가 일본, 대만, 미국, 멕시코 등으로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매출액의 90% 이상을 휴대폰 장비에서 올렸지만 지금은 전체 매출은 크게 늘리면서도 그 비중을 20% 이하로 떨어 뜨렸다. LCD 라인 시스템과 로봇을 이용한 핸들링 장비 등으로 제품군을 다각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매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LCD 비전 검사장비다. LCD POL(편광필름) 비전 검사의 경우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 장당 600초 걸리던 것을 자동화해 작업 시간을 13분의 1이나 줄였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는 것이 에버테크노 측의 설명이다. 에버테크노는 이 제품에 대한 특허를 한국과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 5개나 출원해 놨다.

 현재 에버테크노는 나노 정밀 스테이지를 개발 중이다. LCD 및 웨이퍼를 얇게(시닝, 슬리밍)하는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반도체 및 LCD 전공정 장비로는 세계 처음이다.

 최근 새 제품 개발 위해 4200평의 부지를 구입해 건물도 짓고 있다. 에버테크노는 내달 코스닥 상장(IPO)을 추진한다.

◆이끄는 사람들

 에버테크노는 ‘독수리 5형제’가 핵심 인력이다.

 창업 초기 정백운 사장을 중심으로 동고동락했던 4명의 경영진(상무)을 일컫는 말이다. 모두 삼성 출신이다.

 정 사장은 설계 기술만 봐도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한 눈에 알아보는 제품 설계의 달인이다. LG정보통신을 거쳐 삼성전자 FA설계팀 부장과 미래산업 반도체 개발팀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서 FA설계를 하며 쌓은 노하우로 창업해 현재의 에버테크노를 일궜다. 정 사장은 컨셉트 설계 및 품평, 디자인 리뷰 등 제품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기구개발팀의 정기현 상무는 삼성 기술대를 나온 삼성전자 및 미래산업 출신 엔지니어다. 설계 분야 경력만 15년인 정 상무는 에버테크노의 LCD 휴대폰 장비 설계를 책임지고 있다. 미래산업 재직 당시 세계 최고속 소팅 핸들러를 내놓아 이름을 날렸다. 신제품 개발 설계 능력은 삼성서도 탐낼 정도다.

 제어개발팀 유병문 상무는 삼성전자와 모토로라코리아 및 싱가포르에서 15년 근무하다 에버테크노에 합류했다.로봇이나 PC제어, 하드웨어 개발 능력이 탁월하다. “이런 친구와 일하는 것이 나의 복”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 대표의 신임이 두텁다. 현재 SW제어를 총괄하고 있다.

 수원연구센터를 맡아 정밀나노스테이지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진상현 상무도 삼성전자와 로크웰 삼성오토메이션에서 16년간 로봇과 서브 드라이버, PC제어를 담당했던 제어 분야 전문가다. 로봇 제어분야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현재 나노 스테이지 개발 및 LCD 관련 기술 영업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팀 출신 송민섭 상무는 내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에서 19년을 일해 재무, 회계, 사업기획, 해외공장 구축 업무를 꿰고 있다. 에버테크노가 천안밸리 내 컨테이너 박스서 선풍기로 여름을 보내던 시절 정 대표의 도움 요청에 주저없이 이직해 왔다. 에버테크노의 ERP 그룹웨어를 구축했다.

 이외에 정 사장이 다치면 큰 일 난다며 애지중지하는 해당 분야 경력만 10년이 넘는 개발실 그룹장들이 에버테크노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기업경쟁력

 에버테크노의 기업 경쟁력은 50여 종류가 넘는 휴대폰 및 LCD, 반도체 관련 장비 제조 기술과 해당 분야에서만 10년 넘게 일해온 전문가들이 원천이다.

 제품군 대부분을 새로 설계, 독자 개발한 것이 오늘의 에버테크노를 있게 했다. ‘오로지 1등 제품 생산’이 에버테크노의 경영 철학이다.

 회사 직원과 매출이 매년 2배씩 늘고 있는 것도 ‘보다 싸게, 좋게, 빠르게, 남이 없는 것을 개발’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전체 인력 235명 중 절반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10년 이상 한 분야에서만 전념해온 전문가만 30여명이 넘는 이유다.

 이러한 고급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을 에버테크노는 다른 중소기업보다 월등한 처우에서 찾고 있다. 능력껏, 열심히 일하는 만큼 대우하자는 것이다.

 직원 연봉이 중소기업 수준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정대표는 자랑한다. 목표액 이상 이익이 나면 성과 상여금으로 직원들에게 돌려준다. 또 목표 달성 땐 생산성 인센티브(PI수당)를 추가 지급한다.

조만간 의료비나 학자금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오는 7월부터는 주 5일 근무체제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에버테크노에서는 지금까지 떠난 직원들이 거의 없다.

 또 다른 특징은 직원들 상당수가 대전·충청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어 직원간 융화력이 좋다.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해 사내 교육과 한국기술교육대, 호서대 등 인근 대학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점도 장기적인 기업의 산학 협력에 순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를 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업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앞을 내다보는 경영이 에버테크노 경쟁력의 뿌리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