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업체의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하드웨어 분야 경영환경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마디로 일시적인 처방이 아닌 구조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한 때다. 위기는 바로 기회다. 변화와 트렌드의 방향을 제대로 읽으면 분명히 탈출구는 있다. 시스템 유통 분야의 사업모델과 수익개선을 위한 처방전을 대안 위주로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하드웨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서버·스토리지 등 시스템은 지난 2000년 정점을 찍은 이후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뭄에 단비처럼 있는 대체 수요를 겨냥한 프로젝트가 그나마 숨통을 터 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격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저마다 정상 가격, 서비스와 품질 경쟁을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시장(수요)은 줄었지만 정작 업체 규모(공급)는 변화가 없어 출혈 경쟁에 내몰린 때문이다.
IDC는 앞으로 5년 동안 디스크 스토리지 용량 자체는 폭발적으로 늘지만 매출은 오히려 연평균 5.3%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드웨어 가격이 매년 20∼30%씩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미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IT분야의 대표 ‘효자 상품’이었던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도 마찬가지다. 전체 시장규모는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나마 저가 노트북PC가 수요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3∼4% 수준의 이윤 구조가 기본 경영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한마디로 3억원의 수익을 위해서는 100억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하드웨어로 돈 버는 시절은 끝났다’는 말까지 들린다.
시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산업계에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가격 경쟁-투자 부진-수요 침체-출혈 경쟁’의 악순환 고리가 계속되면서 시스템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이전에 정설처럼 굳어진 공급업체(벤더)-총판-협력업체(리셀러)-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도 흔들리고 있다. 겉으로는 ‘윈윈 모델’을 이야기하지만 저마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벤더는 총판에 책임을 돌리고 총판은 다시 리셀러에 전가하는 식이다.
벤더는 유통 채널 단순화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유통구조를 뒤흔들 태세다. 이미 델에 이어 HP 등이 ‘다이렉트 모델’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IBM·선·후지쯔 등 다른 시스템 업체도 효율화를 기치로 내걸고 유통망을 정비하거나 손보는 상황이다.
암묵적으로 인정했던 업체 고유의 사업영역도 무너지고 있다.
대표 분야가 바로 유지보수 서비스. 이전에 유지보수 사업은 총판과 리셀러 등 유통업체의 몫이었다. 벤더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이 사업만큼은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대부분의 벤더사가 총판·리셀러에 맡겼던 유지보수 권한을 회수하고 있다. 아예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벤더와 유통업체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진행중이다. 팽팽한 긴장감까지 감돌고 있다. 이제 아이템 하나 잘 잡으면 수년이 보장된다는 말은 딴 나라 이야기가 됐다.
강균일 인텍앤컴퍼니 본부장은 “유통망은 갈수록 단순해지는데 시장 수요는 주춤하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등 한마디로 경영 환경의 악재가 모두 겹친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도 힘들지만 더 큰 문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유통업체의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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