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레이씨티

 찌는 듯한 더위로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선 태양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꽉막힌 도로는 사람들을 숨막히게 만든다. 흘러내리는 땀방울로 불쾌지수는 점점 높아만 진다. 마침내 교차로 신호가 바뀌고,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옆차가 끼어든다. 연신 울려대는 경적소리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만다.

 조금 과장된 측면이 없진 않지만 우리들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다. 올 여름도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운전자들의 고충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럴때면 가끔은 마음껏 질주하며 사고도 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법도 하다. 현실에서야 그런다면 바로 유치장 신세나 엄청난 수리비에 눈물을 흘려야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바로 서울 거리를 완벽히 재현한 ‘레이씨티’가 있기 때문이다.이 작품은 단순한 레이싱 게임을 넘어서 RPG 요소를 가미, 실제 생활에서 여러분이 겪는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MMORPG 속 캐릭터에 대응하는 자동차를 통해 여러가지 미션과 퀘스트를 거쳐 레벨업을 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여러분은 초보 운전자에서 부터 모범운전자, 도로를 무섭게 질주하는 광란의 드라이버가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물론 선택은 어떻게 게임을 진행하느냐에 달려있다.

처음 도로에 나서기 위해선 우선 자신만의 차를 선택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차는 캐릭터와 같은 존재이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70여대가 넘는 다양한 차종이 있어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처음부터 모든 차를 가질 순 없었다. MMORPG의 캐릭터 성장 시스템과 비슷한 개념으로 레벨과 게임 플레이 진행에 따라서 차량을 획득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 차량을 마스터(해당 차량으로 특정 거리 이상 운행해야 하며, 특정 퀘스트를 수행해야함) 하면 그 다음 등급의 차량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고급 스포츠카를 획득하려면, 소형차 시리즈 2대, 고급 소형차 2대를 마스터 해야 구매 권한이 생긴다.

아쉽더라도 꿈의 드림카를 타기 위해선 조금 부족하지만 소형차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하지만 소형차라 할지라도 매끈하게 표현된 바디나 광원 효과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한가지 위안을 삼을 만한 것은 일반 빙고처럼, 3x3 빙고 안에 각 차량을 마스터 하게 되면, 고급 차를 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니 복권에 당첨되는 기분으로 기다려 보자.이렇게 차를 선택하게 되면, 튜닝도 본인의 개성에 맞게 할 수 있는데 엔진에서 부터, 브레이크, 트랜스미션과 서스펜션등 총 7개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 있어 마치 실제 차량을 튜닝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부품을 교체하는 것에서 떠나 차량 성능이 눈에 뛸 만큼 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묵직한 엔진음이나 커브를 돌때의 핸드링이 달라지는 등의 모습에서 실제 운전을 하는 듯한 착각과 함께 본인이 타던 차가 좋아졌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빤따스틱 ∼∼’이랄까?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차량 튜닝까지 마치고 도로로 나선 순간 다시 한번 기자를 기다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놀랄만큼 섬세한 지형묘사였다. 과연 이것이 게임인가 할 정도의 디테일한 지형은 실제 서울의 모습과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거리의 간판 하나하나까지 표현해낸 도로의 풍경은 영화같다는 표현만으로는 불가능할 정도다.

화려하지 않게 절제된 거리의 풍경은 한적한 연휴의 모습과도 같았다. 실제로 오후 4시 정도의 날씨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눈이 부시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4시의 특징을 잘 살려낸 느낌이다. 이렇게 세밀하게 묘사된 강남대로의 모습은 기자에겐 너무도 친숙하게 다가설 수 밖에 없었다. 자주 가던 음식점의 간판까지 확인한 순간 게임은 잊어버리고 그냥 운전을 하고 있다는 최면에 빠져 들어 버렸다.최면에 빠져 있던 기자를 다시 현실 속으로 들어 오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미션 시스템이었다. 이는 RPG에서 몬스터를 잡는 것과 같은 의미로 짤막한 단위의 게임 플레이를 가르킨다. 현재 ‘레이시티’에는 손님운송과 물건배달 위치탐색의 미션이 등장하고 있다.

우선 손님운송은 특정 목적지까지 제한 시간안에 특정 스킬 (옵션) 을 이용해 손님을 운송하는 것으로 손님의 특성과 제한 시간에 따라서 레벨에 따른 난이도가 부여 되는 것이 특징이다. 강남역에서 법원까지 손님을 태우는 미션을 부여 받고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장롱면허의 소지자인 기자가 길을 알리가 없다.

무작정 화면에 표시되는 화살표를 따라 움직이는 데 열중하면서 달리기를 한참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어의없게도 미션은 실패. 이유는 제한 시간 초과에 임산부였던 승객의 안전을 무시한 과도한 드래프트와 급정거였다.

이처럼 미션은 단순히 길을 찾아 가는 것에 머물지 않고 유저에게 다양한 조건을 제시

하면서 현실과 같은 사실감을 주고 있었다. 왜 이 작품이 단순한 드라이빙 게임이 아닌 RPG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인가를 확인할 수 있던 대목이다.

 물론 드라이빙 게임의 요소를 살린 드래프트 기술이나 사이드 슬라이딩, 부스터 같은 스킬 역시 존재 달리는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하지만 스킬 게이지가 있어 무작정 사용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미션이외에 RPG에서 등장하는 퀘스트가 500가지 이상 존재하고 있어,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것처럼 더 좋은 성능의 차를 구입해 꿈에 그리던 드림카를 몰고 서울을 질주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특징이외에도 경쾌한 리듬의 배경음이라던지,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시야가 좁아지는 효과, 옆차가 지날때 느껴지는 바람소리에도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한마디로 이 게임은 달리는 재미와 함께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그대로 ‘현대 생활 드라이버백서’와 같은 작품이라고 하겠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