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르포> 불법 포커PC방을 가다 ①

현금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불법 포커 PC방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현행법상 게임의 배당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교묘해 법을 피해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 게임이 PC방을 통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경순)로부터 심의를 받은 게임이어서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 성행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불법 포커PC방이 성행하고있는 것은 온라인경마 게임과 ‘바카라’ 등이 정부의 집중 단속으로 철퇴를 맞으면서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게임스는 최근 성행하며 온라인게임을 불법 도박의 도구로 활용하며 게임업계 전체의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는 불법 포커 PC방의 실태를 파헤쳐봤다.

지난 14일 오후 4시께 서울 논현동에 소재한 모 건물 2층 ‘룰루랄라 A점’. 주변에 ‘골든레이스’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불법 성인 PC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북적되는 논현동이었지만 대로에서 버젓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A점을 찾은 이유는 최근 이 지역이 겜블러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입구에 들어서자 ‘룰루랄라 포커’가 영등위로부터 심의를 받은 게임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남 종업원이 깍듯히 인사를 하며 “처음오셨나요?”라고 물었다. 내부는 일반 PC방과 비슷한 구조로 책상위에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지만 마우스만 달랑 놓여 있었다. 종업원은 “이곳서는 키보드가 필요없기 때문에 아예 치워버렸다”고 말했다.

성인 PC방이기 때문에 1시간에 PC이용 대금이 2만원이라는 종업원의 말에 따라 “포커를 하러 왔다”고 말하자 돈을 지불하면 충전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현금을 받고 사이버머니를 지급하는 것은 불법임에도 이곳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종업원은 2만원을 받자 보유하고 있는 아이디중 하나를 골라 익숙한 솜씨로 로그인을 대신해줬다.

# 이곳에 ‘한적한 오후’란 없다

A점은 좌석수가 44석으로 중간이상 규모의 영업장이다. 그러나 가장 한적한 시간인 오후 4시였지만 44개의 좌석중 단 4개 좌석만 비어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사람들이 늘 많냐”는 질문에 저녁에는 몇십분 정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했다.

10여분이 지나자 자리를 박차는 사람도 눈에 띄었지만 계속해서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꿰차고 앉았다. 성인용 PC방이어서 성인 콘텐츠도 함께 서비스됐지만 대부분 포커에 빠져 있었다.

“배팅한도는 없어요. 또 ‘로열스트레이트플러쉬’, ‘스트레이트플러쉬’, ‘포커’ 등을 얻게 되면 잭팟이 터져 상품권을 얻을 수 있고요” 종업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실제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끊임없이 잭팟이 터져 상품권을 얻었다는 문구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대기방에는 99개의 방이 개설돼 있었지만 인원이 초과돼 잠시동안 기다려야 했다. 한방에 5명이 게임을 하기 때문에 495명이 현재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의미다. 방은 판돈이 50콩, 100콩, 200콩, 500콩 등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게임시작 버튼을 누르자 2만콩(사이버머니)이 충전돼 있었고 바로 게임이 시작됐다.

2만원을 잃는데 걸린 시간은 단 3분. 2판을 돌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종업원에게 문의하자 2만원을 내면 충전을 가능하다고 했다. 더게임스에 접수된 제보 가운데 ‘하룻만에 100만원을 불법 성인PC방에서 잃었다’는 내용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포커를 45분정도 하는 동안 잃은 금액은 총 5만5000원.

이곳 손님 중 K씨(무직)는 “처음인데 운이 좋았다”며 “대부분 1시간 정도 하면 20만원 가량 잃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환급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남아있는 2만5000콩을 현금화 해 줄 것을 종업원에게 요구했다. 종업원은 화면상에서 이벤트 버튼을 누른 후 카운터로 가면 된다고 일러줬다. 종업원의 말에 따라 카운터에 가자 상품권 5장을 건네며 “지하 1층으로 가면 처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 한달만 운영하면 투자비 회수

상품권을 어떻게 현금으로 환전하냐고 여러차례 물었지만 친절하고 명확하게 안내를 하던 종업원이나 매니저인 듯한 남자 모두 말끝을 흐리며 지하 1층으로 가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건물을 내려가자 두개의 창문이 열려 있었고 각각 ‘상품권을 경품권으로 교환’과 ‘상품권 교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상품권 교환’ 창구에 가 상품권 5장을 내밀자 옆창구를 우선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옆창구로 가자 실제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 5장으로 교환해줬다. 이것을 들고 ‘상품권 교환’ 창구로 가자 2만2500원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 “왜 2만5000원이 아니냐”고 따지자 수수료 10%를 떼고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법행위가 자행된다. 현행법상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해줘서는 안된다.

환전수수료는 판돈과 함께 PC방의 주요 매출원이다.

그렇다면 불법 포커 PC방을 운영하면 어느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실제 이곳을 운영했다던 J씨(무직)는 월 3억원 가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판돈이 적은 것 같지만 한판을 돌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2분. 200콩으로 쳐도 1판당 1000원의 판돈을 PC방에서 벌게 된다. 대기방이 99개인점을 감안하면 2분만에 무려 9만9000원을 벌게 되는 꼴이다. 여기에 상품권을 환급시키면서 받는 10% 수수료도 무시못하는 금액이다.

J씨는 “PC방을 하나 차리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임대료를 비롯, 자재비를 포함하면 3억원 가량이 드는데 한달만 운영하면 이를 뽑을 수 있다”며 “대부분 불법 포커 PC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길게는 6달 짧게는 3달만 운영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포커 PC방의 매출이 3억원선에 달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계약 체결된 곳만 150여개

“논현동 주변만 봐도 예전 온라인경마 게임을 하던 곳이 대부분 포커 PC방으로 전환하는 등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J씨는 현재 불법 포커 PC방이 서울에서만 20곳 이상 성업 중이며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어 불법 포커 PC방으로 인한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성인 PC방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를 사고 팔 수 있는 사이트인 ‘www.item-pxxxx.com’의 경우 계약 체결한 성인 PC방만 150여곳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J씨는 실제 포커 PC방을 단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A점의 경우 현장에서 돈을 받고 충전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만, 다른 포커 PC방은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처럼 고객이 아이디를 사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져 단속이 어렵다고 했다. 환전은 모든 불법 성인 PC방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가능하지만 이것으로 PC방을 단속하기는 어려워 앞으로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불법 성인 PC방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포커게임은 온라인상에서 다수의 게이머가 함께 배팅을 통해 경쟁을 벌이는 카드게임과 방법은 동일하다. 온라인 경마게임에 이어 등장했던 ‘바카라’가 영등위의 심의를 받지 못해 내부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것과 달리 ‘룰루라랄 포커’는 18세 이용가 등급 분류를 받은 만큼 다른 게임포털에서 제공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인 PC방을 이용하기 때문에 처음 게임 시작전에 콘텐츠 이용 요금 2만원을 받고 충전된 머니로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포커의 룰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그래픽은 2D를 사용했다. 자신의 패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이를 놓치면 바로 ‘다이’(게임포기)가 된다. 또한 로열스트레이트플러쉬나 스트레이트플러쉬, 포커 등을 얻게 되면 잭팟이 터져 추가로 상품권을 받게 된다.

방의 판돈은 50원부터 많게는 500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프리배팅이어서 자신의 사이버머니를 한꺼번에 게임에 걸수도 있다. 한 방에는 최대 5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며 2명이 1대1로 대결하는 속칭 ‘맞포’도 가능하다.사실상 도박장에 가까운 불법 성인 포커PC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반 PC방 뿐 아니라 게임산업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일반 PC방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는 반면 불법 PC방은 고수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일확천금을 노리는 업주들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실제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 포커류 게임 심의가 다른 때보다 10여건 더 늘어나 향후 포커 PC방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보인다. 영등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0여건에 머물던 카드류 게임 심의가 최근 30여건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 성인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현재 성인PC방용 갬블게임 개발사가 줄잡아도 20개는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갬블게임 개발과 PC방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측은 “전국적으로 PC방이 1만8000개이지만 이중 불법적으로 포커를 운영하고 있는 PC방의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최근 일반 PC방이 불법 포커를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등 빠르게 파급되고 있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불법 포커 PC방의 숫자가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 불법 배팅 액수가 어느정도 규모에 달하는지도 파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사태가 이지경에 이르자 문화부와 영등위 등은 최근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영등위 심의를 받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고 실제 PC방 내에서는 불법적 행위가 이뤄지지 않아 현행법상으로 규제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PC방에서 불법 행위를 발견해 고발한다 해도 2000만원의 벌금형 등 처벌이 가벼워 업주들은 차라리 벌금을 내더라도 게임을 계속 서비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 지도 의문이다.

포커 게임을 개발해 PC방에 납품했다는 한 개발자는 “업주들이 ‘배째라’는 식의 운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불법 포커 PC방을 뿌리 뽑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부는 이에따라 PC방의 업종을 다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협회나 업주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사행성 게임을 근절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계속적으로 불법 포커PC방이 확대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허가제로 전환시키는데 여러 문제가 있지만 불법 포커 PC방을 규제하는데 현행법상 문제가 많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도 그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