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H 프리스타일 인수 추진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의 서비스 재계약 협상에서 갈라서기로 합의했던 KTH(대표 송영한)와 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가 방향을 급선회,국내 판권에 대한 양수도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제이씨측은 중국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다 독자 서비스에 대한 리스크가 크며, KTH측은 대표적인 킬러 콘텐츠인 ‘프리스타일’에 대한 미련이 많아 이번 딜의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온라인 스포츠게임계 지존 ‘프리스타일’의 향후 거취가 ‘조이시티’(제이씨)일 지, ‘파란닷컴’(KTH)일 지 두 회사의 협상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프리스타일’을 둘러싼 KTH와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물밑 협상은 현재 상당히 진척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일 양사가 재계약 파기를 공식 발표한 이후 보름 남짓 경과했지만, 그동안 이 게임의 공동 서비스를 통해 누구보다 상대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KTH의 모기업인 KT의 한 관계자는 “양사가 ‘프리스타일’ 판권 인수를 전제로 협의를 진행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두 회사가 통합 서버를 누가 관리할 것인 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판권 인수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두 회사는 실제 지난달 말 ‘계약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별도의 미팅을 가져와 ‘또다른 빅딜’이 추진 중인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불러왔다.

KTH측은 이와관련 “재계약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판권 인수방안을 검토해 왔었다”면서도 “ ‘프리스타일’ 판권 확보와 관련해서 어떤 말도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제이씨 김정환 부사장 역시 “전혀 모르는 내용으로 판권 인수와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면 재계약 협상 이전에 하지 않았겠느냐”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업계 한 소식통은 “KTH가 ‘프리스타일’ 판권 인수와 함께 제이씨에 대한 M&A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결과는 두고봐야겠지만, 양사의 판권 협상이 물밑에서 활발히 추진중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 KTH, 판권 인수 왜 하나

양사의 이번 협상은 의외로 빨리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달말로 KTH의 ‘프리스타일’ 서비스 계약이 만료, 만약 KTH의 판권 인수가 물건너간다면 서버 통폐합 등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TH가 굳이 판권을 인수해서라도 이 게임을 잡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당장 대표적인 킬러 콘텐츠인 ‘프리스타일’을 놓침으로써 발생할 매출 감소의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KTH는 작년에 ‘프리스타일’만으로 약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도 게임사업본부 매출목표의 절반 이상을 이 게임을 통해 달성한다는 경영계획을 잡아놓은 상태다.

따라서 ‘프리스타일’이 빠져나간다면, 매출 감소는 물론 모처럼 찾아온 고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릴 것이란 부담이 예상보다 클 수 밖에 없다. KTH측이 올초부터 ‘프리스타일’ 재계약 협상에 사활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트 프리스타일’로 내세울만한 콘텐츠가 취약하다는 점도 KTH측이 ‘프리스타일’ 판권 인수쪽으로 방향을 튼 배경으로 분석된다. KTH는 현재 ‘풍류공작소’ ‘큐링’ ‘씽온라인’ ‘피싱온’ 등 다양한 차기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지만 이들 게임이 ‘프리스타일’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간판 콘텐츠인 ‘프리스타일’이 빠질 경우 게임사업은 물론 ‘파란닷컴’ 전체의 페이지뷰 등 트래픽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파란닷컴은 2004년부터 ‘프리스타일’의 인기에 힘입어 6위권 포털로 급부상하는 등 결코 적지않은 ‘프리스타일효과’를 만끽했던 것이 사실이다.

 

# 제이씨도 손해볼 건 없다  

비록 KTH만큼 절박하지는 않지만, 제이씨 역시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독자 서비스에 대한 성공 가능성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비록 서버 통폐합을 통해 유저들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다고 하지만, 서버 통폐합에 따른 일시적인 서비스 차질이 불가피하고, 대형 포털인 파란닷컴의 유저풀과 네임밸류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프리스타일’이 중국 등 해외에선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국내선 서서히 하향세를 걷고 있는 상황이란 점도 제이씨측의 마음을 흔들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미 ‘프리스타일’이 인기 정점을 찍은데다 캐주얼게임의 특성상 라이프 사이클이 MMORPG 등 다른 장르의 비해 짧은 것이 사실이다. 즉, 만족할만한 판권료를 받고 넘긴다면 제이씨측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가설이 성립된다.

 업체 한 관계자는 “몇가지 이슈가 있지만 ‘프리스타일’ 판권을 KTH가 확보하는 것은 또 다른 ‘윈윈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협상이 잘 진행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초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서비스 재 계약 협상이 무산된 것 처럼 판권 양수도 협상도 막판에 틀어질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제이씨가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KTH가 감당하기 힘든 조건들이 상충할 경우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더 낳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 M&A가능성도 남아

그러나 양측이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일정한 공감대를 갖고 있는 만큼 협상은 예상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T의 한 관계자는 “KTH에서 ‘프리스타일’ 판권료로 최대 1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KTH측이 적극 나서고 있어 예상보다 빠르게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선 KT그룹 차원에서 게임 개발사 인수설이 오래전부터 불거져나왔다는 점에서 ‘프리스타일’ 판권 인수를 넘어 아예 제이씨를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없다.이는 제이씨가 ‘프리스타일’ 이외에 뚜렷한 작품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M&A전문가는 “KT가 예전에 제이씨를 인수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안다."면서 " 지금은 ‘프리스타일’이 하향세인데다 제이씨측이 해외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즉, KTH가 ‘프리스타일’의 중국 판권만 김양신 제이씨 사장측에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M&A가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관측이다.하지만 제이씨의 인수안은 현실성과 개연성은 엿보이지만 김사장이 회사를 통채로 KTH측에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 상태로는 제이씨의 기업가치가 만만치않을 것이란 점에서 인수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만약 KT그룹 차원에서 추진한다면, 전혀 문제될게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비스 연장 계약 결렬 이후 업계와 게이머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아온 ‘프리스타일’이 과연 어디서 어떻게 새 둥지를 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