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DTV)가 ‘제4의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국내 IT산업의 ‘삼두마차’로 불리는 반도체·LCD·휴대폰 등이 최악의 환율과 판가하락으로 끝 모를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유독 DTV만이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기대이하의 실적을 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일제히 DTV를 ‘구원투수’로 꼽고 있다. 반도체·LCD·휴대폰이 번갈아가며 실적을 받쳐주던 ‘선순환 구조’도 올해부터는 DTV를 포함해 ‘4각 편대’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DTV 독야청청 성적표=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와 LCD가 전 분기 대비 각각 31%와 73% 마이너스 성장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휴대폰 매출 역시 작년 동기보다 45%나 역신장했다.
하지만 만년 적자사업부로 꼽히던 디지털미디어(DM) 부문은 DTV의 선전으로 해외 법인까지 포함해 1300억원대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LG전자도 비슷한 성적표가 나왔다. 가전(DA)·IT(DM)·휴대폰(MC) 등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5.7∼9.7% 일제히 하락한 반면 DTV가 포함된 디지털 디스플레이(DD)는 13.6% 성장했다. DD 부문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처럼 엇갈린 성적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LCD 패널 등이 판가하락으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반면 DTV는 2분기가 전통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특수로 1분기보다 최소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1분기 1000만대 규모의 평판TV 시장이 2분기에는 1100만대로 늘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매년 2배씩 시장이 폭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악재 버팀목=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분기 최악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 목표치를 각각 고수했다. DTV의 가파른 성장세가 이를 만회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전자 DD본부는 1분기 매출이 해외까지 합치면 2조8000억원에 달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조원을 훌쩍 넘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에 전 세계 동시 출시한 LCD TV ‘보르도’의 파괴력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30인치대 LCD TV 시장점유율 1위, 40인치대 2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LCD TV ‘브라비아’로 화려하게 재기한 소니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 매출 13조9600억원만 놓고 보면 올해 연간 매출 목표 63조원 달성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지만 매출 목표를 아직 하향조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2분기에 본격화되는 ‘보르도’ 매출이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수익률도 군계일학=DTV는 투자 대비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도 매력적이다. 반도체와 LCD 공장 하나를 짓는 데 2조∼3조원의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면 DTV 공장은 고작 70억원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LCD 부문과 DM 부문이 각각 1100억원과 1300억원대의 비슷한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시설투자비를 감안하면 수익률은 DM이 이미 10배를 넘어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의 배수한 책임연구원은 “DTV는 올해 매직프라이스 진입으로 본격 대중화돼 4분기를 정점으로 내년까지 폭발적인 교체 수요가 예상된다”며 “DTV는 디스플레이패널·반도체·칩세트 등 부품 후방산업의 파급력이 존재하는 한편 디지털콘텐츠·t커머스 등 전방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커 반도체·자동차에 이은 국내 산업 중추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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