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유럽인의 3분에 1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흑사병은 유럽정복에 나선 몽골군들이 페스트로 사망한 시신들을 전쟁무기로 사용하면서 야기됐다. 영국인들 역시 미국 대륙에서 인디언들을 몰아내기 위해 천연두균을 퍼트렸다. 이 외에도 인류 역사상 일종의 ‘세균전’이 벌어졌던 사례는 적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러한 세균전의 경험은 본격적인 ‘생물학무기’ 개발로 이어졌다. 생물학무기의 가장 큰 매력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살상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수원 혹은 인구밀집 지역에 페스트나 천연두균을 3∼4㎏만 살포하면, 며칠 안에 수백만 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 살포장비는 앰플이나 밀봉이 가능한 용기만으로도 충분하다. 더구나 생물학 무기는 손쉽게 테러의 방법으로 이용된다. 미국에서는 9.11 테러 직후 탄저균이 우편으로 배달돼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의 한 벤처기업이 유해 바이러스나 세균을 탐지하는 정찰차량 ‘아비디스’를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아비디스는 입자수집기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여 농축시킨 다음, 평균 5㎛(마이크로미터·㎛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입자까지 분석해 유해한 생명체의 유무를 판독한다. 아비디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30여 종의 생물학무기를 비롯한 총 96개에 달하는 미생물 정보가 저장돼 있어 웬만한 유해균들은 쉽게 판독할 수 있다.
물론 아비디스가 사용될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처럼 국경의 의미가 사라진 글로벌 사회에서 이러한 세균정찰 장비의 개발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