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지지부진한 사이에 글로벌 사업자가 돌풍을 일으키며 안방을 차지할 태세다. 사업자들이 규제로 신음하고 있는 사이 벨기에계 스카이프 등 외국기업들이 대자본과 고품질을 무기로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에 진출한 스카이프는 서비스 개시 2달 만에 유료 가입자 4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 인터넷전화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이 속도면 연말까지 국내에서만 150만명 이상 가입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사업자 보니지도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 주한 미8군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니지는 와이파이폰 등 신규 서비스와 함께 국내 시장 전면 진입을 타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국 사업자 독무대=스카이프가 최단기간 가입자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사이 국내 070인터넷전화 사용자는 4월 말 현재 20만명 선에 그치고 있다.
스카이프가 국내에서 다소 비싼 요금(1분 19원)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고품질과 글로벌 경쟁력 때문이다. 스카이프의 통화 품질이 우수한 것은 이미 국내 사업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
스카이프는 최근 워너뮤직 등과 음원 계약을 하고 직접 벨소리 서비스에 나설 정도의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 별정 사업자들은 기간통신사와 연동은 했지만 지능망 부가서비스가 불가능해 벨소리는커녕 문자메시지(SMS)조차 안 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외국 기업이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중소·벤처기업들은 도산 일보 직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규제와 서비스 지연 전략에 ‘신음’=인터넷전화 업계에서는 활성화가 부진한 이유로 홍보부족과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서비스 지연 전략,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의 정책목표 설정 부족 등을 꼽고 있다.
일부에서는 “KT가 이용대가와는 별도로 연동에 따른 전용회선 사용료를 매월 꼬박꼬박 받고 있어 인터넷전화 활성화가 지지부진해도 절대 손해는 안 본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KT를 의식한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인터넷전화 영업대리점인 디지털리스트의 김승한 사장은 “영업 일선에서 보니 인터넷전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며 “070 등으로 전환했을 때의 비용 부담(카탈로그, 명함 변경 등)도 활성화가 안 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전화를 070으로 바꿨을 때 일정 기간이라도 무료로 번호 변경 안내전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와 기간사업자 연동비 등을 계산하면 실질 원가는 3분당 49원 정도”라며 “사업이 지지부진한데 이용 대가를 1500원씩 부담하는 것은 시기 상조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인터넷전화 단말기 표준화 △이동통신사 SMS 착신 불가능 △집단 전화의 070 발신 불가 △112, 119 등 긴급통신 불가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연착륙 전략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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