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흔히 얘기하듯, 처음 대지에 선 이래 인간들은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대결을 벌여왔다. 카인과 아벨 형제 간의 작은 싸움에서 수 십만 명이 동시에 대결하는 나라 간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산과 들을 지나 하늘과 바다 속에 이르기까지 그 긴 역사 속에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싸워왔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찌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인간의 싸움은 우주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별과 별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전쟁에서 분명 지금과는 다른 여러 무기들이 등장할 것이다.
‘기동전사 건담’의 역사적인 루움 전투에서 지온군은 자그마치 3000대의 모빌슈츠(거대 로봇)을 동원 승리를 거두지만, 모름지기 우주 전쟁이라면 거대한 전함과 전투기가 나와서 활약해야 하는 법이다. 이번호에는 이렇듯 전함과 전투기가 나와서 대결을 벌이는 우주 전쟁 작품들에 대해 소개해 본다.우주전함이라는 이름은 역시 ‘크다’는 말과 일맥 상통한다. 물도 공기도 없는 척박한 우주에서 날아다니면서 싸우려니 일단 덩치가 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리우드 최고의 음악가인 존 윌리암스의 장대한 음악과 더불어 시작되는 영화 ‘스타워즈’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삼각형의 거대한 우주 전함이 화면을 가득 메운 채 등장한다. 악의 대마왕(?) 다스베이더가 타고 있는 이 전함의 크기는 무려 1.6km다. 미국의 항모 니미츠급의 길이가 300m를 조금 넘는 정도이니, 그 거대한 위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거함 거포 주의를 자랑하는 ‘스타워즈’시리즈 두번째인 ‘제국의 역습’에서는 이 스타데스트로이어가 장난감처럼 보일 만큼 거대한 전함, 슈퍼 스타데스트로이어가 등장한다. 다스 베이더의 기함인 이 전함은 그 후 ‘제다이의 귀환’에서 다시 등장하는데, 지름 160km의 거대한 우주전함(전함이라기보다는 이동 요새라 불리는 게 어울리는) 데스스타와 함께 제국군의 강대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그 밖에도 ‘스타워즈’에는 수 많은 전함들이 등장한다. 작년에 개봉한 ‘클론의 습격’ 초반 도입부에는 수도 코루스칸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투가 등장해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만한 격전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휘황찬란한 ‘스타워즈’의 전투는 최근 출시된 ‘스타워즈:엠파이어 앳 워’에서 충실하게 재현되고 있다.스타워즈 외에도 우주 전쟁을 소재로 한 수 많은 게임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은하영웅전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나카 요시키씨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이 게임은 이제까지 총 7편이 제작되었고 국내에도 한글판으로 출시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 함대에 2만 척에서 많게는 10~20만 척이 함께 나와서 벌이는 격전은 화면을 가득 메울 정도의 장관을 보여주었다. ‘스타워즈’처럼 영화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극장판 3편을 포함, 160편에 이르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그 화려한 전투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특히 4편에서는 제국이나 동맹의 장성이 되어 스스로 함대를 이끌고 은하계를 통일한다는 흥미로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게임은 재작년에 온라인판으로 제작되었지만, 은하영웅전설 붐이 지난 뒤인데다 그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실사로 제작된 작품 중 우주전쟁을 소재로 한 것은 ‘스타트렉’이나 최근 다시 제작된 ‘배틀스타 갤럭티카’, 그리고 모험물로 시작 우주 전쟁으로 나아가고 있는 ‘스타게이트 SG-1’ 등이 있다. TV 시리즈 외에는 찾기 어렵지만(아마도 ‘스타워즈’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상당히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은하영웅전설’ 외에도, 자그마치 500만 척에 가까운 함대가 몰려와 지구가 멸망하는 내용을 담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나, 먼 미래를 배경으로 ‘아브’라는 종족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는 ‘성계의 전기’, 그리고, 케이블 TV에서 자주 선보여 친근감을 느끼게해주는 ‘무책임함장 타일러’, 본격적으로 3D를 도입 눈길을 끄는 스튜디오 곤조의 개그SF ‘우주전함 나데시코’ 등 애니메이션으론 수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작품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작품, ‘우주전함 야마토’도 잊을 수 없다. ‘은하철도 999’, ‘우주해적 캡틴 하록’ 등의 제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도움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77년 극장판으로 재개봉할 때 밤 세워서 줄을 서는 진기한 풍경을 낳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2004년 30주년을 기념 PS2용의 게임으로 발매되기도 했으며, 최근 극장판 제작이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지속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파동포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전함 야마토가 데스라 총통의 함대와 대결하는 장면은 상당히 박력이 있고 재미있지만, 2차 대전 때 대포 한방 쏘지 못하고 가라앉은 불운의 전함 야마토를 부활시킨다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일본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분위기가 조금 아쉽다.이렇듯 수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것에 비해 ‘스타워즈’를 낳은 미국에서 우주 함대전을 영상으로 맛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그래도 CG가 등장한 이후 ‘스타트렉 딥 스페이스 나인’에서 양쪽 합쳐 2000척 가까운 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말했던 ‘엠파이어 앳 워’ 외에도 많은 종류의 게임들이 이러한 아쉬움을 덜어주고 있다.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와 유사한 느낌을 가진 ‘마스터 오브 오리온’ 외에도, ‘스타트랙’의 함대전을 체험할 수 있는 ‘스타트렉 플릿 커멘더’, 그 밖에 ‘컨퀘스트 프론티어 워’,‘스타 컨트롤’, ‘헤게모니아’ 등 다양한 작품이 존재하는데다, 국내 최고의 인기작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배틀크루저나 캐리어 같은 전함들의 격전을 볼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작품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세계 최초로 풀 3D의 우주 전장을 실현한 작품 ‘홈월드’다. 이것은 3D 시점인데다 플레이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다소 난해한 경향이 있는 작품이지만, 매우 다채로운 함선과 독특한 시스템으로 인해서 일단 빠지게 되면 그야말로 정신 없이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이다.
1999년에 제작된 1편 외에, 외전인 카타클리즘, 그리고 2004년에 발매된 2편은 특히 한글화를 거쳐 판매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 광활한 우주를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의 매력은 역시 다채로운 유닛들에 의해 펼쳐지는 함대전이라 하겠다. 거대한 전함들이 빔을 쏘아대고 미사일과 전투기들이 교차하는 그 전투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만한 그런 박력을 제공한다.
3D로 제작된 게임인 만큼, 이 작품에는 MOD(유닛의 디자인 같은 것을 바꾸어 다른 느낌으로 만드는 것)가 많은데, ‘스타워즈’, ‘스타트렉’, ‘윙커멘더’ 같은 미국 게임들 외에도 ‘마크로스’나 ‘은하영웅전설’까지 제작되어,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우주 전쟁을 체험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고 즐길 수 있는 우주전쟁. ‘스타워즈’와 ‘야마토’를 시작으로하는 그 박력 있는 격전은 지금도 수많은 작품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우주 전쟁 이야기…. 여기에는 SF 만의, 그리고 SF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그런 매력이 존재한다고 할까? SF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아니 SF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편하고 즐겁게 한번 접해보길 권한다.SF 칼럼리스트. 게임아카데미에서 SF 소재론을 강의 중이며, 띵 소프트에서 스토리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스페이스 판타지(http:www.joysf.com)란 팬 페이지로 유명하다.
- ‘스타워즈’의 전함. 스타데스트로이어를 레고로 만들면 자그마치 이만한 크기가 나온다.
- 길이 1.6km에 달하는 우주전함이 등장하면서 시작하는 ‘스타워즈’ 이 장면 하나 만으로도 박력이 느껴진다.
- 이것이 길이 8km에 달하는 슈퍼 스타데스트로이어.
- 데스스타를 둘러싼 격전. 지름 160km의 이동 요새가 쏘아대는 빔이면 전함 따윈 한방이다.
-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더욱 현란해진 코루스칸트 전투. 수많은 전함과 전투기들이 화면을 가득 수놓는다.
- 데스스타로 향하는 혁명군 전투기들. 이러한 우주 전투기의 대결이 ‘스타워즈’의 또 다른 묘미다.
-‘스타워즈’의 전투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는 게임.‘스타워즈 엠파이어 앳 워’.
- 온라인 판으로 만들어진 ‘은하영웅전설’ 방향성에서 조금 실패했다고 할까? 상당히 아쉬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 독특한 매력을 가진 은영전의 함선들. 길이 1km에 가까운 이 함선들이 소모품으로 사라져 버린다.
- 기동전함 나데시코.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다.
-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종족과의 생존을 건 대결을 소재로 한 배틀스타 갤럭티카. 최근 다시 만들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스타트렉’ 전세계적으로 열성적인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 우주전함 ‘야마토’ 군국주의로 가득차 있지만, 힘차고 즐거운 작품이기도 하다.
<전홍식기자 pyodogi@sfw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