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은 기본적으로 차를 운전해 달리는 것이다. 빠른 속도와 움직임으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한다는 가장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안전’을 제외하면 어떻게 될까. 인간에게 잠재돼 있다는 폭력의 본능이 튀어 나오지 않을까. ‘번아웃’은 레이싱 유저에게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버리라고 말한다.
경쟁 차량을 도로 밖으로 밀어 내고 거리의 선량한 시민들과 건물, 평범한 차량들을 뭉개고 부수도록 만든다. 얼마나 더 많은 피해를 주느냐에 따라 포인트가 결정되는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세상에 뭐 이런 레이싱게임이 다 있을까 싶지만 문제는 재미가 넘치다는 것.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로 작용될 타이틀로서 이 게임 내에서 못할 것은 없다.
다시 말해 ‘하면 안된다’는 제약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마음껏 달리며 응어리가 풀어질 때까지 거리를 휘젓고 다녀도 칭찬이 줄을 잇는다. 정상적인 레이싱과 180도 다르지만 게임 유저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런 특이한 컨셉트는 작은 개발사를 하룻밤 사이에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고 EA가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개발자들도 게임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