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게임 음악을 하기 위해 봄 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봅니다” 영화같은 음악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특징인 ‘제라’의 사운드를 총괄한 블루&사이버 고병욱 대표의 말이다. 게임 사운드 디렉터라고 하면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만큼 게임에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게임을 즐긴다고 상상해 보라. 처음엔 그럭저럭 할 만 하겠지만, 이내 실증을 느끼고 말 것이다. 사운드는 겉으로 들어나진 않지만, 분명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다.
# 영화사운드 통해 탄탄한 실력 다져
현재 다양한 장르의 게임 사운드를 준비 중지만, 그 역시 처음부터 게임사운드를 전문적으로 만들진 않았다. “10년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그들의 기술도 놀라웠구요. 한때 CCM의 매력에 빠져 있었던 적도 있었지요” 이미 하나의 음악적 장르로 자리 잡은 CCM을 하면서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는 그였지만, 무언가 2% 부족함을 느껴 다른 쪽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자칫 그가 계속 CCM을 고집했다면,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여러 게임의 사운드는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게임음악을 하기전 ‘태극기 휘날리며’와 ‘YMCA 야구단’ ‘원더풀 데이즈’ 등 우리에게 낯익은 많은 작품의 사운드를 감독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와 게임은 영상을 보여 준다는 것 이외에도 많은 부분이 통한다”며 “하지만 영화의 경우 갖춰져 있는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지만, 게임의 경우 작은 스피커를 통해 사운드를 듣기 때문에 제 아무리 잘 만들어도 빛을 보지 못한다”고 창작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고생을 해서 만들어 내놔도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적다고 했다. 물론 X박스360이나 PS2는 영화의 사운드를 따라 잡았지만, 아직까지 온라인 게임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 새로운 시스템 정착 위해 노력
‘팡팡테리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게임 사운드에 뛰어 들었지만, 그에게 ‘제라’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 많은 애착이 가는 게임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느낌입니다. 덕분에 많은 경험도 할 수 있었구요. 더불어 그래픽과 달리 곁가지에 불가하다고 생각되던 사운드 부분을 핵심요소로 끌어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
과거 게임의 사운드는 전문적인 디렉터를 통해 제작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제작기간도 짧아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화를 통해 얻었던 많은 경험들을 그대로 게임속에 녹여내기 위해 기존 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를 위해 게임 속 배경음악 작곡가 선정에서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와 방송 광고음악에서 20대와 30대의 젊은 작가들에게 짧은 시나리오를 주고, 곡을 만들게 한 후 2명을 다시 선정 ‘제라’의 분위기와 맞는 작곡가를 찾았다. 그 사람이 바로 ‘올드보이’의 유지태 테마를 작곡한 이지수이다.
‘봄의왈츠’와 ‘겨울연가’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를 통해 ‘제라’의 서정적인 게임 음악이 완성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체코로 건너가 오케스트라 작업을 했고, 다시 영국에서 믹싱작업을 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열정을 쏟았다.
# 감동을 주는 것이 최종 목표
앞으로 게임 내에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부분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는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유저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은 비트가 게임 속에서 살아 숨쉬는 것이라고 했다. “흔히 드럼소리를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잖아요. 제가 추구하는 사운드 역시 그런 것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저절로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몰입이 아닐까요?”
물론 아직까지 컴퓨터 환경이 충분치 못해 들려주고자 하는 것의 반도 들려주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를 한다면 분명 영화사운드와 같은 웅장한 느낌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작은 일을 하던 사람은 큰일을 쉽게 하지 못하지만, 큰일을 하던 사람은 작은 일을 쉽게 할 수 있듯이 게임사운드를 제작할 때 사용자 환경에 얽메여 조그만 사무실에 앉아 헤드폰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 극장 상영관과 같이 완비된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면 앞으로의 변화된 환경에 쉽게 대처 할 수 있을 겁니다”
<모승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