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꼴지들의 반란 꿈꾸는 이네이처톱

“e스포츠계에 SK텔레콤 T1, KTF매직엔스 등 스타선수 위주의 기업팀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창단으로 e스포츠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팀이 있다.

지난해 전기리그를 꼴찌로 마감하며 후기리그에 모습를 감췄던 ‘이네이처톱팀’이 그들이다. 비록 내세울만한 스타가 없지만, 매 대회 우승을 목표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여느 기업팀과 다르지 않다. POS, GO, 플러스 등이 잇따라 대기업팀을 옷을 갈아입어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겠지만, 이네이처톱팀은 ‘올 해가 마지막이다’란 각오로 29일 시작하는 프로리그를 대비해 맹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엔 용산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며, ‘꼴찌들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팀 해체 루머로 속앓이

이네이쳐톱팀은 ‘스카이 프로리그 2005 전기리그’에서 9연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라는 성적을 냈다. 때문에 후기리그에 출전할 수 없었고, 개인리그에서의 성적도 좋지 않아 2005년 후반기 7개월간 방송을 통해 이네이쳐톱팀 선수들을 볼 기회가 없었다.

이네이쳐톱팀이 꼴지의 수모를 겪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비 기업팀으로서의 열악한 재정상황이 아니었다. 방송이 뜸해지며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었다. 또한 이때문에 생긴 각종 악성 루머들도 이네이처톱팀 선수들을 괴롭히는 요소였다. 이대니어 감독은 “그 중 가장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던 소문은 이네이처톱팀이 해체 된다는 것이었다”며 “앞으론 이런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팀이 없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팀 선수들도 “프로선수로서 주목 받지 못하는 것만큼 힘든 것은 없다. 이번 시즌엔 팬들에게 잊혀져 가는 팀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는 각오를 보였다.

#8시간 이상 연습에 몰두

그래서인지, 최근 이네이처톱팀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과거의 부진과 아픔을 털어내기 위해 새로운 훈련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름 그대로 ‘톱팀’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환경도 바뀌었다. 이네이처톱팀은 2006 프로리그가 열릴 용산 e스포츠 전용경기장 가까운 장소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선수들의 이동시간을 줄이려는 이대니어 감독의 배려다. 또한 연습실과 숙소를 분리해 연습실에선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대니어 감독은 “용산으로 이전한 것보다 숙소와 연습실을 분리한 것이 더 잘한 일 같다”며 “이 때문에 선수들의 훈련 습관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고 밝혔다.

주장 김동진 선수는 “예전처럼 컴퓨터 앞에서 졸거나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연습에만 몰두 할 수 있다”며 새 연습실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분위기도 달라졌다. 기상시간을 타 구단에 비해 3~4시간 이른 오전 8시로 앞당겼다. 많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식사를 마치고 연습실로 이동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하 시간은 10시. 선수들은 이때부터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의 강훈을 소화한다.

조금 이른 시간에 시작한 만큼 ‘보람찬 하루 일’을 마감하는 시간도 다른 팀들보다 빠른 저녁 10시다. 이대니어 감독은 “e스포츠가 멘탈 스포츠이다 보니 뇌가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바이오 리듬을 고려해 연습시간을 앞당겨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우리도 최종 목표는 우승”

모든 프로팀의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그러나 이네이처톱팀은 그 어느팀보다 우승, 아니 좋은 성적에 목말라 있다. 한 때 스타리그를 호령했던 시절, 쌈장 이기석과 장진남, 장진석의 ‘장브라더스’, 그리고 ‘파란눈의 전사’ 기욤 등 화려한 맴버를 앞세워 맹위를 떨치던 화려한 과거는 잊은지 오래다. 오로지 팀의 부활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프로리그에 올인할 태세다.

이대니어 감독은 “올해는 창단을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을 프로리그에 쏟아 부을 것이다”며 “모든 감독의 목표가 우승일테지만 우리팀은 냉정하게 따져 중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이대니어 감독의 말처럼 창단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일을 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김동진선수는 “올해는 개인리그는 단념했다”며 “팀을 위해 무조선 프로리그에 올인해 반드시 플레이 오프에 진출해 보이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어로 평가 받았던 임진묵 선수도 ”프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네이쳐톱팀의 연습실에는 ‘희망은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희망을 버릴 뿐이다’라는 글귀가 선수들 머리맡에 적혀있다. 선수들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이 글을 힘차게 복창한다. 이는 팀 구성원들이 한 몸이 돼 이번 프로리그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리처드 브리크너의 ‘망가진 날들’ 중에 나오는 위의 글귀처럼 이네이처톱팀이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용산으로 옮긴 이유는

▲무엇보다 스카이 프로리그 2006 경기장소인 e스포츠 상설경기장과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새 보금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용산 일대를 이 잡듯이 뒤졌다.

-재정상황은 어떤가

▲대기업팀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썩 나쁜 상황은 아니다. 이네이처의 지원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팀의 강점이라면

▲먼저 전력 노출이 안되었다는 점이다. 7개월간의 휴식기에 다른 팀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탐색할 기회는 많았지만 우리팀의 전력은 노출되지는 않았다. 지난 신인 드래프트때 좋은 선수를 많이 발굴한 것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휴식기동안 끊임없는 반성을 통해 정신적으로 매우 강해졌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보완 해야할 점은

▲경험이다. 우리 선수들 대부분 무대 경기의 감각을 잃어 버린 것 같다. 모든 것을 준비했지만 방송무대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실전에 돌입해 무대 감각을 익히는 것이 급선무다.

<김명근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