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상황을 넘어선 환율, 연말 100달러가 예상되는 초인적 유가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가대표 CEO’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현장’을 앞세워 온몸으로 위기 타개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경영 현장을 보면 IT 한국의 앞날이 보인다.
◇1월, 전통적 비수기=1월은 전통적 비수기다. 양사 CEO들은 연말 전사 차원에서 900원대, 심지어 800원대 환율을 마지노선으로 단계적 대응전략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환율절상에 긴장했다.
윤 부회장은 시무식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환율과 고유가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가격·기술·부가가치·지역의 벽이 붕괴되면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8대 성장엔진 사업과 씨앗사업 육성을 다시 꺼냈다. 삼성 견제론과 외국 기업과의 치열한 전쟁을 예고한 셈이었다.
김 부회장은 ‘이기는 LG’를 내놓았다. 20일부터 이틀간 경주 현대호텔에서 국내외 임원 3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GMM 2006’ 워크숍을 개최했다. “사자는 얼룩말을 잡아먹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며, 얼룩말은 잡히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린다”며 “사자보다 느린 얼룩말은 잡아 먹히고, 얼룩말보다 느린 사자는 굶어 죽고 만다”는 우화를 거론했다.
◇2월, 상생으로 가자=전용기 편으로 토리노를 방문한 윤 부회장은 올림픽 성화 봉송과 삼성 올림픽홍보관 개관식을 보고 서둘러 귀국했다. 서울에서 열린 협력업체 대상 ‘삼성 서플라이어즈 데이 2006’ 행사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 컨설팅 활동 지원 등을 약속했다. 참여연대와도 28일 주총을 앞두고 화해를 했다. 윤 부회장은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가 학장으로 있는 고려대 경영학과의 초빙교수직을 승낙했다.
김 부회장은 사업부문별 임원 및 실무자와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강화도에서 MC사업본부 조직책임자 등 70여명과 10㎞ 해안 제방길을 걸으며 사업본부 비전 달성과 경영전략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중순에는 구미에서 디지털디스플레이사업본부 그룹장(부서장) 등 조직책임자들과 9㎞를 걸었다. “디지털TV 같은 사업이 글로벌 톱이 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이날 걷기 대회의 주요 이슈였다.
◇3월, 글로벌 마케팅 점검=윤 부회장은 2월 중동현지 매장 및 법인을 방문한 데 이어 3월 말 중국을 방문,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을 찾았다. 그가 강조한 것은 기본기였다. 윤 부회장은 “품질 문제와 납기 지연 같은 기본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충실해 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어떠한 환율이 적용되더라도 흔들림 없이 경쟁력 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일치단결하자”고 밝혔다.
김 부회장의 내부 다지기는 3월 CEO 메시지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일에 대한 성취감과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 간 ‘비전 공유’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와 각 단위조직의 비전이 개인의 비전과 조화를 이뤄 조직 비전이 실현될 때 함께 보람과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 이제 총력전이다=1분기 흑자 감소를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 모색됐다. 윤 부회장은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 가전회사의 신제품 개발과 현지 바이어와의 미팅 등이 있었지만 엔화약세에 따른 영향 및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한 접근이기도 했다. 14일에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미 텍사스오스틴사업장에 2억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달러약세를 틈타 현지 제조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고강도 정책이었다.
김 부회장은 5일 LG 트윈타워 동관 지하대강당에 일부 부문장 및 각 본부 상품기획팀장 300여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글로벌 경영과 상품기획의 중요성’에 대한 특별강의 때문이었다. 그는 “홈런만 기대하듯이 명품만을 고집하지 말고, 매장에서 한눈에 반할 수 있는 제품을 안타를 치듯 주기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 윤종용 회장·LG전자 김쌍수 부회장 2006년 1분기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