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슈퍼컴 4호기 사업권 누가 쥘까?

컴퓨팅 업계를 뜨겁게 달군 KISTI 슈퍼컴 4호기 우선협상자 선정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HP와 한국IBM 양자 대결로 압축된 이번 프로젝트에서 두 회사의 최종 제안은 이미 끝났고 공은 슈퍼컴퓨터 4호기 선정위원회로 넘어갔다. IBM과 HP 본사 차원의 자존심 대결로 번진 이번 ’빅딜’의 우선협상자 선정일이 오는 17일로 다가오면서 두 회사의 경쟁 우위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능은 과연 얼마로 = 일단 관심의 초점은 성능이다. KISTI는 세계 슈퍼컴퓨터 톱 5위권 진입을 목표로 150테라플롭스(초당 150조회 연산)를 최저 성능 기준치로 제시했다. 그러나 요구 성능치가 높았던 만큼 한국IBM과 한국HP 두 진영 모두 이론 성능치를 최저 성능 기준과 같거나 기준보다 크게 올리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론 성능치로 따지면 한국HP가 한국IBM보다 높은 성능치를 제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변수는 인텔 제온 프로세서. 한국IBM은 초병렬과 클러스터 부문 모두 파워프로세서로 제안한 반면, 한국HP는 초병렬의 경우 아이테니엄, 클러스터링 부문은 제온을 제시했다. 제온 프로세서의 최근 클록수가 3GHz 이상으로 높아져 적은 프로세서 수를 써도 이론 성능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HP가 가격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숨은 조력자는 누구 = 이번 프로젝트의 비장의 무기는 준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IBM 쪽에서는 본사 출신인 한석제 전무가, HP 쪽에서는 CPU 제조업체인 인텔이 나서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평가 항목 중에는 성능치 뿐만 아니라, KISTI와의 기술 협력 방안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IBM 한 전무는 본사 인맥을 동원, IBM 왓슨 연구소를 통한 지원까지 제시했다. 한 전무는 본사 한인 기술자 네트워크까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HP 조력자로 나선 인텔 역시 본사의 깊숙한 제품 로드맵까지 내놓는 등 다각적인 기술협력 방안까지 제시했다.

◇KISTI 반응은 = 두 회사가 제시한 성능치는 당초 KISTI가 기대한 것보다는 낮은 수치다. KISTI는 적어도 200테라플롭스 이상을 제시하는 업체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1차 제안서부터 HP와 IBM을 제외한 대다수 업체가 참여를 포기한 데 이어 최종 입찰자 역시 입찰제안서 최저 기준치보다 높지 않자 KISTI 한 관계자는 “KISTI가 (가격에 비해) 처음부터 높은 성능치를 요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KISIT 조영화 원장은 “과정 자체가 만족스럽다.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외부로부터의 어떤 압력도 없이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 의미는 = 이번 프로젝트는 600억원 규모의 ‘빅딜’인데다가 구축 시점이 2008년 이후이기 때문에 차세대 제품 로드맵 경쟁과 다름없다. 특히 성능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아이테니엄/제온과 파워 프로세서의 대리전인 셈. HP, IBM 모두 KISTI 슈퍼컴 4호기 프로젝트를 레퍼런스 삼아 2010년까지 다른 ‘빅딜’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HP는 본사 주도로 8일 HP 슈퍼컴퓨터 비전을 공유하는 HP-CAST(Consortium for Advance Scientific and Technical computing users group)도 개최한다. 한국IBM는 “후회없는 제안을 했기 때문에 두 부문 모두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