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tera)는 1조(兆)배, 10의 12승이다. 종이 위에 ‘1’을 쓴 뒤 ‘0’을 12개나 붙여야 한다. 기업이 1테라바이트(TB)급 데이터 창고(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면, 100∼150만 고객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고객의 이름·나이·주소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단순 축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상품 △구매 성향 △판매 예측 등을 분석한 정보까지 데이터베이스에 쌓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E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 소매유통점들은 5∼7TB급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가격대 상품을 적절한 고객에게 추천하는 이벤트’를 펼친다.
과학기술부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단장 이조원)은 올해부터 2010년까지 ‘1테라급 집적회로(IC) TEG(Test Element Group)’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손톱만한 칩(IC) 대여섯개로 E마트나 롯데마트의 수백만 고객을 향한 판촉 마케팅이 가능해진다는 얘기.
구체적으로 25나노(10억분의 1)미터급 단일 및 다층 패턴(전자회로)을 만들겠다는 게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테라 bps(bits per second) 집적회로 △테라비트급 탄소나노튜브 전자소자 △실리콘 기반 테라비트급 비휘발성메모리 △고속 원자힘현미경(AFM) 리소그라피시스템 △원자 이미지를 이용한 양자점 형성기술 △나노소자용 식각장비 제작 및 공정 등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1946년, 인류가 만든 첫 컴퓨터인 ‘에니악(ENIAC)’은 덩치가 커 42평짜리 방(높이 2미터, 길이 24미터)을 가득 채웠다. 만약 에니악으로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의 목표인 1테라급 IC를 구현하려면? 대략 길이 24조미터짜리 공간이 필요한데, 지구를 6억 바퀴쯤 돌아야 한다. 지구 위에 올려놓을 수조차 없다. 그 상상을 초월하는 기억용량(bit)이 사람 손톱 위로 올라올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