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이달 상용화를 시작으로, 오는 7월 KTF가 가세하면서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방식의 3세대 이동통신(WCDMA) 환경이 본격 개막된다. 비슷한 시기, 일본 최대 이통 사업자 NTT도코모도 HSDPA를 상용화한다. NTT도코모는 지난해 말 KTF와 자본 및 WCDMA 사업 제휴를 전격 체결했다. 세계 WCDMA 시장의 블록화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도코모의 구상을 짚어보는 동시에 국내 영향을 긴급 점검한다.
NTT도코모는 가입자수 5065만여명에 매출 규모는 40조원, 수익성을 좌우하는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은 7만원을 오르내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회사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의 45.9%인 2346만명이 WCDMA(포마) 가입자다. 특히 해마다 총 ARPU는 약간씩 줄고 있지만 이를 WCDMA가 메운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3G에서는 세계 석권=세계 IT 시장에서 일본의 ‘나홀로’ 기술 표준 정책은 적어도 2세대 이동통신까지는 패착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NTT도코모와 J폰(보다폰재팬)의 ‘PDC800’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
하지만 WCDMA를 바라보는 NTT도코모의 야심은 확연히 다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칩에서 단말기·서비스애플리케이션·네트워크 기술에 이르기까지 NTT도코모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WCDMA 관련 특허를 보유한 업체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해외에 출원한 특허는 매년 평균 200건에 달했고 자국내 특허도 700건을 넘었다. 이를 위해 투입한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한해 1250억엔(1조2500억원)에 이른다. 특허 출원이나 연구개발은 물론 WCDMA를 포함, ‘OFDM’ 등 4세대 원천 기술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 회사 마쓰자키 아키오 이사는 “일본 내에서는 WCDMA로 전면 전환하고, 해외 시장에서는 WCDMA 표준 대열에 적극 동참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일본 현지의 수많은 중소 제조 업체를 적극 육성하면서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르네사스·후지쯔·미쓰비시·샤프 등과 퀄컴에 대항하는 WCDMA 베이스밴드 칩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결국 세계에서 칩·단말기 업계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초기 시장 경쟁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WCDMA가 세계 시장에 확산될수록, 제휴를 통해 무선인터넷 플랫폼 ‘아이모드’를 확대하는 것 외에도 유무형의 실익을 점치게 한다.
◇KTF와 제휴, 노림수는=도코모는 당장 KTF와의 제휴를 통해 눈앞의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한·일 간 로밍 시장. 한국으로 들어오는 여행객 가운데 일본인이 전체의 42%로 가장 많고, 일본인들의 해외 방문국 비중에서도 한국이 26%로 가장 높다.
KTF의 로밍을 이용해 일본 현지에서 통화가 걸려온 번호숫자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매달 5000건이 넘었고, 지난달에는 1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KTF가 WCDMA 전국망을 구축하는 내년부터는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마쓰자키 이사는 “앞으로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해외 로밍을 포함해 우리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결국 KTF와 손잡은 가장 큰 이유도 WCDMA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한일 로밍 시장 전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 전문가는 “단일 통화권으로 인식되는 유럽 GSM 시장에서는 이미 로밍 매출이 전체의 10%를 상회한다”면서 “수년 내 WCDMA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사업자 매출의 5% 정도까지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불붙은 한·일 WCDMA 경쟁...도코모 3G 패권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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