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웨이퍼 값 6년만에 반등

 지난 6년간 제자리에 머물렀던 세계 실리콘 웨이퍼 가격이 10%가량 오르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휴대폰 교체 수요 및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의 PC 수요 확대 등을 배경 삼아 호조를 예고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EE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들이 휴대폰 및 PC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나선 가운데 핵심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가격이 6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며 들썩이기 시작했다. 웨이퍼 가격 상승이라는 예상 외 복병은 당분간 반도체 업계의 수익 압박 요인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웨이퍼 가격 상승은 지난 2001년 ‘IT 거품 붕괴’ 이후 처음으로 가격이 올랐다는 점에서 반도체 시장의 상승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으리라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웨이퍼 가격, 6년 만에 상승=세계 웨이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신에쓰반도체·섬코(SUMCO) 등 일본 업체들은 올해 거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주력품은 작년 대비 5∼10% 이상 상승했다. 원재료인 다결정 실리콘이 부족해진 것이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웨이퍼 업체들은 올해 들어 다결정 실리콘 가격이 작년 대비 30∼40% 상승하자 반도체 업계에 안정적 공급을 위한 원재료 상승 책임 분담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

 통상적으로 웨이퍼 가격은 웨이퍼 업계와 수요처인 반도체 업계가 6개월마다 교섭해 결정하는데 고급인 200㎜ 가격이 장당 70∼80달러(6만6000∼7만5000원)에서 현재 84∼88달러(7만9000∼8만2000원)로 10% 이상 올랐다. 면적이 넓은 300㎜도 “물량 확보가 급한 일부 고객이 가격 인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신에쓰반도체 측은 밝혔다.

 ◇수익 압박 노출=웨이퍼 가격 상승이 반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품목에 따라 다소 다르다. PC 등에 사용되는 D램은 원재료비에서 웨이퍼가 차지하는 비율이 5% 전후인데 최근 D램가 상승으로 웨이퍼 상승 원가 정도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가전이나 자동차 제어 등에 사용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등 이윤 폭이 작은 상품은 수익 압박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최대 웨이퍼 업체인 섬코의 작년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0%였던 데 비해 플래시메모리의 호조로 같은 기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도시바는 13%에 불과했다. 웨이퍼 가격 인상은 반도체 업계의 수익을 낮추는 요인임이 분명하다.

 ◇반도체 호황 전망=웨이퍼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체 반도체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비롯한 휴대폰 시장의 확대로 휴대폰용 칩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 스칼리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1분기 휴대폰 부문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31% 늘었으며 올해 10억달러 이상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칼리스 회장은 이 같은 휴대폰용 칩 수요 확대의 원인으로 중국 수요 확대와 교체 주기 단축 등을 들었다. 그는 “중국은 휴대폰 가입자가 약 4억1000만명이며 매달 500만명의 신규 가입자가 발생할 정도로 휴대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퓨처호라이즌의 말콤 펜 회장도 최근 자체 행사인 ‘국제 전자 포럼’에서 지난 1월 발표한 올 반도체 시장이 20% 성장한다는 전망에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요 애널리스트가 평균 8%의 한 자릿수 성장을 예상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성장세를 예견한 것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