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장 개화하기도 전에 사라질 판

 시장 잠재력이 큰 초·중등학교 전자책 시장이 납품에 관한 저작권 문제를 둘러싸고 교육계와 업계가 팽팽히 맞서면서 성장은커녕 시장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3일 전자책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디지털 도서관 육성 정책으로 지난 2002년 이후 공공기관 전자책 납품 시장은 매년 성장해 지난해 120억원 규모를 형성했으나 이 가운데 1만1000개에 달하는 초·중등학교 시장은 불과 2억원 규모에 그치는 등 수년째 답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자책 업계는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원장 황대준)과 전국 9개 시·도 교육청이 2004년부터 ‘디지털도서관시스템(DLS)’ 콘텐츠 공모 사업을 추진, 전자책을 덤핑 수준으로 공동구매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시장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토피아 관계자는 “올 초 부산교육정보원이 200카피만 구입해 부산교육청 산하 600여개 학교에서 모두 열람할 수 있게 하는 등 시·도 교육청별로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공동 구매는 저작권 침해는 물론이고 전자책 업계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관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자책컨소시엄(EBK)은 이에 앞서 지난 2004년에도 KERIS의 공동 구매로 교육청당 전자책 20카피를 구매, 각 교육청 산하 평균 500개 이상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를 공유함으로써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업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 및 일선 학교에서는 “전자교과서도 아닌 전자책을 오프라인 도서관의 구매 방법을 준용해 학교별로 구매하라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으며 콘텐츠도 풍부하지 못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KERIS 관계자는 “저작권 위반에 대한 법적 판단을 의뢰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얻은 바 있다”며 “현실적으로 학교마다 개별적으로 전자책을 구매할 때 서버를 별도 구축해야 하는 점과 일선 교사들이 텍스트 위주면서 종류도 다양하지 못한 전자책을 학교별로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학교 시장에 적합한 전자책 콘텐츠 개발과 디지털 콘텐츠인 전자책에 걸맞은 적정가격 협상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