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문화콘텐츠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 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글로벌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문화콘텐츠 기업들은 애니메이션·게임 등 콘텐츠 제작시 막대한 R&D 투자를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내부에 축적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축적은 장기적으로 콘텐츠 제작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의 경우 3D 애니메이션콘텐츠 제작시 핵심적인 제작툴 등을 내부적으로 개발, 축적함으로써 경쟁사들보다 기술면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정부 차원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육성의지를 강화해 산학협력을 통한 디지털시대의 콘텐츠 경쟁력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환경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업체의 CT 관련 R&D 투자 규모는 미국·일본 등 해외 유수의 대형 문화콘텐츠 업체의 R&D 투자에 비해 극히 영세하다. 일부 온라인게임업체 등은 대규모 R&D 투자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업체은 자금 및 기술 인력의 부족으로 기술개발이 한계에 달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업계는 온라인게임이 비록 경쟁력을 갖췄다고 하지만 서비스에 필요한 게임엔진과 3D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저작도구·렌더러 등의 기반 분야는 외국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기반분야에 대한 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컴퓨터 그래픽 및 게임산업 등에서 제작 툴 및 엔진 등의 중요성이 증대하면서 국산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상업용 패키지에 비해 사용자 만족도가 높지 못했다. 어쩔수 없이 고가의 외산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서 국내 기업의 제작 툴 및 게임엔진 개발능력은 더욱 뒤쳐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할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새로운 인프라·기술·서비스의 등장에 대응한 미래형 문화콘텐츠기술에 대한 기술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DMB·와이브로·텔레매틱스·디지털홈·RFID 등의 산업환경의 고도화와 함께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의 부가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CT분야별 전략제품을 설정하고 핵심기술을 개발해 문화콘텐츠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화 및 문화산업강국을 견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CT분야 전문연구기관이 부재하고 기술편향적인 개발의 결과로 업계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기술 적용 및 콘텐츠 수요반영이 어려운 현재의 문제점을 타개해야 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CT 연구개발이 대부분 IT관련 기관에서 수행되고 있어 콘텐츠 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요반영이 어려우며 기술의존도도 낮다”고 지적했다.
CT를 전문으로 하는 국립 CT연구소에서 장기적인 개발을 주도하고 민간기업에서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CT산업계는 장기적으로 CT연구개발을 할 투자 여력과 연구진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계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을때까지 CT연구개발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실시하는 해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중기획시리즈 유럽편에서 탐방한 영국의 3C리서치와 같은 CT개발 모델이 좋은 사례이다. <본지 1월 9일자 4면 참조>
3C리서치는 영국 무역산업부(DTI)가 지분의 65%를 출자하고 브리스톨 지역의 기업들이 35%를 출자해 해당 기업이 필요로하는 CT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소다. 단순개발에 그치지 않고 업계가 정말 필요로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CT연구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각 지역에 정부와 민간기업의 공동출자로 CT개발 연구소를 설립해 해당 지역의 CT기업들이 필요한 개발 및 지원을 담당해야 한다. 특히 CT가 문화산업뿐만이 아닌 국방, 교육 및 기타 산업에서의 활용이 활발해지는 점을 고려해볼때 국내에서의 CT연구개발은 국립연구소가 주도해 실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인 연구는 CT국립연구소에서 담당하돼 국내 IT·NT·BT 등 연관부문 연구기관들과의 정보 교류와 협력, 해외 CT연구소 및 CT클러스터와의 교류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제간 연구가 활발하고 연구영역간 크로스오버가 활발한 미국 및 유럽에서는 CT분야의 연구에서 예술 및 기술분야의 연구자들의 공동연구가 활발하다. 예술분야 출신과 기술분야 출신이 고루 섞여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의 CT관련 연구기관 및 학과에서는 이러한 공동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CT연구개발을 위해 극복해야할 과제로, 국립 CT연구소에서 이를 시행하면서 민간에 파급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개발하는 CT제품도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솔루션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보다는 교육용 및 중소기업을 위한 저렴한 솔루션을 개발해 널리 보급하면서 기능확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다소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파격적인 가격으로 다수의 고객을 확보한 후 추후 투자를 통한 기술개발로 고객만족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기관에서 연구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개발방법의 표준화를 제시하고 이에 따르는 기업의 수준을 평가는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와 같은 등급제도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기관에서 발주하는 개발사업은 일정 등급 이상의 표준화업체로 한정해 표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국내 문화산업계는 전문 연구기관이 없어 산업계 중심으로 응용기술개발에 추진해 왔다.
그러나 산업계 위주의 기술개발 방식으로는 당장 필요한 응용기술은 개발할 수 있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핵심기술이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지원이 산업계에 집중되다 보니 대학의 참여 비중도 크지 않아 산업계와 대학의 연결고리도 약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대학이 핵심기반기술을 갖고 있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산학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준비해야하는 새로운 기술방향이나 수요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특히 다양할 수밖에 없는 문화콘텐츠 분야의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보다 세분화된 연구기관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문화관광부는 올해부터 문화기술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대학의 연구소를 지정, 전문연구소로 육성해 나가기로 하였다.
올해 7개의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를 선정하여 17억원을 지원하고 2010년까지 20여개의 전문연구소를 육성하는데 12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사업에는 34개 연구소가 응모해 서류 심사, 발표평가를 거쳐 최종 7개 대학이 선정되었다. 선정된 7개 연구소는 매년 2억∼2억5000만원씩 3년간 지원받게 된다.
CT연구소는 각 대학 산학협력단 산하에서 독자적으로 운영되므로 각종 사업화 전략을 짜는데도 발빠른 움직임이 가능하다. 또 컴퓨터 공학·경영·인문학 등 대학 내 이종 학과를 연계하는 통합 연구 활동을 펼치고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를 한곳에 모으는 구심점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배재웅 문화부 문화기술인력과장은 “그동안 적지 않은 CT 관련 개발이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각 대학에 설립된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가 특화된 CT 기초기술을 연구해 기반을 닦고 이를 산업계로 연결한다면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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