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들이 연구소를 벗어나 풀뿌리 지방자치 현장으로 뛰어든다.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오는 5·31 지방선거에 서울과 대덕 소재 정부출연연에 근무하는 과학기술인들이 잇따라 출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과학기술노동조합의 각 출연연 지부장이나 조합원 출신이 대다수지만 실험실에서 연구에만 종사해 온 이공계 연구자들도 있다. 근무하는 연구기관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출연연 연구원 비정규직 문제나 이공계기피현상 등 과학기술계의 해묵은 갈등을 사회 담론으로 끌어내 풀어보겠다는 게 선거에 나선 이들이 던진 공통된 출사표다.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적재산팀에 근무하는 박병수 연구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KIST가 소재한 서울 성북구 바선거구의 구의원으로 출마한다. 고대 행정학과를 나온 박 연구원은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KIST지부 사무국장과 민주노동당 성북갑 지구당 국회의원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고 현재 민주노동당 성북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을 만큼 대외 정치 활동이 활발하다. 박 연구원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과학기술인의 테두리 밖에 놓인 광범위한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포부다.
대전 대덕R&D특구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송인진 책임연구원은 국민중심당 소속으로 대덕구청장에 출마한다. 송 씨는 원자력안전규제행정과 대외정책 연구에 15년 간 종사해 온 경험을 살려 지방분권화시대에 대덕 특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의 신현관 연구원은 이번에 민노당 소속으로 유성구 구청장 직에 입후보했다. 기술연구원인 신 씨는 2001년∼2003년까지 과기노조 화학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유성구 구의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원자력연구소 내 한전 자회사인 핵연료주식회사에 근무 중인 최용택 씨가 대전광역시 시의원으로 출마했으며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김순기 씨도 유성구 구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다.
중앙부처 기술관료나 출연연 기관장 등 소위 ‘거물 과학기술인’들의 정계 진출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현장 과학기술인들이 해당 지자체 활동에 참여하고 과학기술인의 여론을 대변하는 것은 최근의 변화다.
박병수 연구원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과학기술인들의 현실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고 정치에 참여하는 과기인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면 실험실 연구자들과 일반 국민들 간의 괴리를 좁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