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동·아연·니켈·주석 등 주요 원자재 국제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품·소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중국의 수요가 계속 늘어난데다 투기 세력이 개입하면서 국제적인 물량이 부족해진 것이 원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속된 구리·금·은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 상승세가 올 2분기에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관련 부품·소재 업계는 원자재가 상승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별다른 방안이 없어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공급가 인상이나 생산성 향상 등 기본적인 대책을 시도하고 있으나 파죽지세로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에는 속수무책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 파동이 환율·유가와 더불어 경제의 발목을 잡는 ‘3대 악재’로 자리잡았다.
◇국제 동값 7000달러 돌파=국제 전기동 값이 올 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톤당 5000달러를 넘어선 지 1개월 만에 6000달러, 이후 보름 만에 7000달러를 뛰어넘는 등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초 3000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아연·니켈·주석 등 기타 주요 비철금속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알루미늄은 지난 1월 톤당 2377달러에서 2758달러로 상승했으며 니켈은 1만4544달러에서 1만8800달러로 올랐다. 주석·아연도 지난주 가격이 톤당 9200달러와 3260달러를 각각 나타냈으며 이는 지난 1월보다 톤당 1500∼2000달러가 비싸진 수치다.
올해 들어 비철금속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 거래가 기준으로 40∼70%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금은 작년 평균 대비 50%가량 올랐으며 은도 지난해 초 온스당 6∼7달러에서 최근 2배인 14달러까지 치솟았다.
◇업계 “뾰족한 대책 없다”=전기동 값 상승은 국내 전선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폭 중 일부분을 전선 가격에 반영하는 등 조율해 왔으나 최근 동값 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상승분의 대부분을 전선 가격에 적용하고 있다.
가격 상승과 함께 전선 업계가 우려하는 문제는 물량 확보. 통상 6개월 이전에 확보한 물량이 점차 소진되면서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원자재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제 전선 가격 인상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벌써 높아진 전기동 가격을 완제품에 반영하고 있지만 최근처럼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면 원자재 가격을 많이 반영한다 해도 적자폭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를 원료로 PCB 원소재인 전해동박과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적자를 피할 길이 없다. 전해동박 업체들은 CCL 업체에 지속적으로 단가 인상을 요청하고 있으나 CCL 업체들은 PCB 업체에 공급가 인상을 요청하기 힘든 상황. 완성품 업체로부터 단가 압력을 받는 PCB 업체들도 금값 인상으로 도금액 등의 가격이 높아져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수요 업계, 고통 분담 나서=원자재 파동에 대한 피해가 늘어나자 비철금속 생산 업계와 수요 업계가 가격 인하 등 고통 분담에 나섰다.
지난 4일 한국비철금속협회에서 LS니코동제련과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생산 업계와 삼원금속·대진동관 등 중소 수요 업계가 공동으로 주요 비철금속의 국내 판매 가격을 연말까지 2% 인하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금·아연은 톤당 20달러를 내리기로 했다. 정부도 원자재 구매자금 조기 배분과 조달청 비축물량 방출가격 할인폭을 넓히는 등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김수봉 한국비철금속협회 부장은 “이번 합의는 관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생산 업계가 손해를 감수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원자재 파동이 지속되면 산업계의 타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동규·한세희기자@전자신문, dkseo·hahn@
올해 주요 비철금속 가격 추이(톤당 달러)
구분 1월 2월 3월 4월 5월 4일 현재
알루미늄 2,377 2,454 2,428 2,620 2,758
구리 4,733 4,980 5,101 6,384 7,230
니켈 14,544 14,971 14,888 17,921 18,800
주석 7,040 7,812 7,925 8,838 9,200
아연 2,089 2,218 2,415 3,082 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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