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계가 너무 잠잠하다. 마치 다같이 입을 다물기로 한 듯한 모습이다. 비수기 탓일까 아니면 신명나는 일이 그다지 없기 때문일까. 그 깊은 내막을 알수 없지만 적막은 빨리 거둬 들여야 산업에 보탬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찌보면 그럴법도 하다 싶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 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산업동맥 역할을 자임해 온 PC방들은 경영난으로 그게 흔들리고 있다.
그 뿐인가. 유저들의 개인 명의 확인 절차를 위한 비용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정부의 정책은 업계 옥죄기로 다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기다가 파이낸스쪽은 공꽁 얼어붙고 있다. 한마디로 한마당 큰 잔치를 벌이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상황들만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게임산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몇몇 스타 기업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찬밥 신세가 됐을 것이다. 실제로 전체 투자 규모를 놓고 보면 손익보다는 손실이 더 크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치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부각된 것은 겉만 보고 속은 세세히 들여다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규제의 벽부터가 그렇다. 그 무엇 하나 쉬운게 없다. 심의에서 마케팅까지 신경을 곤두 세우고 챙기지 않으면 그대로 제재르 당하기일쑤다. 또 `악플족`과 `탈레반`의 눈에 거스르면 죽음을 가옹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는 곧 정의의 외침이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개발기간 못지 않게 베타서비스 기간이 엄청 길다. 기업 입장에선 다 비용이다.
사람 구하기는 그렇다고 쉬운 일인가. 하늘의 별따기다. 스타기업 아니면 고급인력 유치는 꿈도 꾸지 못한다. 스카우트 경쟁으로 이직률은 상상을 초월하고 중소업체들은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또 어떤가. 도움주기보다는 생색 내기에 급급하다. 병역특례 혜택도,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각종 금융세제 혜택도 전무한 실저이다. 산업 규모에 준한 예우도 없다. 이러함에도 관계부처에서는 서로 내 영역이라고 다툼만 벌이고 있다.
산업의 희비곡선은 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폭이 잦고 선의 흐름이 고르지 못하면 산업 조직은 이완되고 피곤해 진다. 그 근본 원인은 명실공한 산업으로의 자리매김이 여전히 뒷전인 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갈길이 멀다. 세계 2대 게임강국 실현이란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챙겨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제도 정비를 준비해야 하고 외산게임의 고세에도 대응해야 한다. 또 수출시장 다각화도 꾀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산업표준화 작업과 제조업 수준에 준하는 기업 환경 개선 노력이 시급한 실저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끊임없는 부침으로 방향타를 잃을 지도 모를 일이다. 빨리 적막을 거둬들이자. 그리고 기지개를 켜자. 그 타개책은 그 누구도 아닌 게임계, 게임인들의 몫이다.
<편집국장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