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에서 有를 창조한다’는 것은 얼핏 쉬운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을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현실에선 존재조차 하지 않고 비교할 대상조차 없는 것이라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KRG에서 ‘열혈강호 온라인(열강)’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현욱 팀장은 바로 그 고통과 싸우고 있는 사람이다.
“처음엔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에 다른 게임 속 캐릭터 보다 표현해 내는 것이 더 쉬울 줄 알았죠. 하지만 막상 작업에 임해보니 무협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좀 처럼 동작들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사실 그랬다. 원작이 있기에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작업이었다. 즉 비교할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작 하나하나에 세심한 손길이 필요했던 것이다.
# 개성 넘치는 캐릭터 동작 추구
“평소 영화나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 편입니다. 개인적인 취미이기도 하지만, 여러 게임 속 나타나는 동작들의 모티브를 받기 위해서 시간 나는 데로 보고 있습니다. 때론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가 적용해 보기도 하고요.” 그의 손을 거치면 단순한 3D 캐릭터에 불과하던 것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얻게된 데는 이런 그의 숨은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모든 동작들이 영화나 주위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 진것은 아니다. 가끔은 직접 무술 동작을 취하기도 하고, 걷는 방법도 바꿔가면서 좀 더 색다른 동작과 재미있는 액션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걸을 때 자세히 보면 똑같은 자세로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마다 고유의 개성이 살아있죠. 게임 속 캐릭터들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단순히 하품을 하는 동작이나 팔짱을 끼는 동작 하나에도 캐릭터의 개성이 넘쳐나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열강’의 독특한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 식지 않은 젊은날의 꿈 애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그래픽 디자인이나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싶었다는 그 였지만 정작 대학교에선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물론 그래픽을 전문적으로 배우진 못했지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3D 모델링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울 수 있었죠. 뜻하지 않게 선택하게 됐지만 지금 하고 있는 캐릭터 동작 구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에서 뜻하지 않은 전공을 하면서 잠시 애니메이션 쪽으로 외도를 하기도 했던 그는, 원하던 일을 했지만 당시 열악한 제작환경과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의 회사인 KRG소프트에 입사하게 됐다. “제가 대학 입학 때 공주만화전문대가 막 설립됐어요. 입학하려고 준비를 하는 동안 부모님의 반대로 뜻을 접게 됐죠. 하지만 지금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은 식지 않았습니다.” 그가 동명의 만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지금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것엔 분명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새로운 것을 향해 오늘도 전진
‘열강’의 패키지개발에서 온라인개발까지의 모든 과정에 참여했던 그는 “저의 처음과 현재는 바로 ‘열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이 이 작품이었고,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도 ‘열강’”이라며 작품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5년이라는 기간 동안 한 작품에 몰두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잊지 않았다.
“한 작품을 오래 하고 있다는 것은 저에게 득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차지작엔 지금까지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메카닉을 좋아한다는 그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면 아마도 메카닉을 소재로 할 것이라고 했다. “
일본의 메카닉과는 다른 느낌의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비주얼적으로 박력이 넘치는 남성다운 느낌이랄까요.” 한 곳에 머무르기 보다는 무언가 또 다른 것을 찾아 나서는 그의 모습에서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에 대한 기대를 가져본다.
<모승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