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e스포츠 올림픽’을 표방하며 출범한 ‘월드사이버게임즈(WCG)’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도 수많은 잡음을 내며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치러진 ‘WCG 2005’ 결승전은 당초의 취지인 ‘아마추어리즘의 사이버 올림픽’이 아니라 메인스폰서를 위한 마케팅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극단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WCG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소모성 대회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내의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WCG 2006’은 오는 10월 이탈리아 몬자에서 결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국제대회 면모 하루속히 갖춰야
e스포츠 관계자들은 WCG가 명실상부한 국제 대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특정 업체의 마케팅 툴에서 벗어나 각국을 대표하는 국제대회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만 있고 한국은 없는 대회’ 이것이 지난 대회를 참관한 관계자들이 한 결 같은 지적이다. 경기장은 온통 WCG와 삼성의 로고가 새겨진 선수복을 입은 선수들로 가득찼으며 대회장 주변도 삼성로고만이 즐비할 뿐 국제 대회를 상징하는 각 국의 국기는 여간해서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전한다.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 논리하에서 이러한 마케팅전략이 꼭 잘못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체적인 대회운영에는 무관심하면서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삼성’ 알리기에만 급급한 대회가 과연 e스포츠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기업의 마케팅 툴에서 벗어나 국제대회라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ICM)의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WCG를 마케팅의 장으로서 활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것이 아니라 그 정도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먼저 국제 대회라는 모습을 갖춘 후에 그 안에서 기업 마케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삼성이 뒤로 한 발 물러나는 것이 좋지 안겠느냐”며 “월드컵처럼 다수의 공식 후원사를 가지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 선수 먼저 생각하는 대회 운영 필요
지난 해 WCG를 참관했던 관계자들은 미숙한 대회운영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지난 대회 당시 한국 스폰서인ICM측이 태극기를 준비하지 않아 한국대표선수가 우승했는데도 시상식장에서 태극기를 휘날릴 기회 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대회를 참관한 한 관계자는 “선수단을 만들어 운영하지 않고 대회 주관사인 ICM이 직접 선수들을 관리한 때문에 벌어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ICM측은 “외국은 아직 프로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고 대회 자체가 아마추어리즘을 추구하다 보니 선수단의 개념이 없고 팀 단위의 구성만 있을 뿐이다”며 “태극기를 준비해 가지 못한 것은 실수로 인정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팀 단위 구성원들이 주체가 돼 움직이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외국에도 프로문화가 정착한다면 선수단 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e스포츠 한 관계자는 “한국에는 이미 11개 구단이 있고 이 중 2개만 빼고는 모두 기업팀”이라며 “한국 선수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부터는 체계적인 선수단을 구성해야 하며 전체적인 대회운영에 관한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선수선발 문제 해결도 급선무
‘WCG 2006’ 결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나 국내에선 선수 선발권을 놓고 ICM과 협회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WCG의 한국대표는 ICM에서 직접 선발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WCG는 어디까지나 국제대회인만큼 한국e스포츠 협회가 대표선발권을 가지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의문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한 e스포츠 관계자는 “협회쪽에 이관하면 그만큼 대회 공신력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ICM측에 공인 심판이 없는 상황에서 국제대회 대표를 선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협회와 ICM측은 이에 관한 사항을 조율 중에 있다. 협회 한 관계자는 “언제나 열린마음으로 협상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ICM측에서 지난 대회의 자료만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ICM측은 “이미 협회에 제반사항을 전달한 상태”이며 “협회쪽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혀 협회쪽의 반응을 보고 판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