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최근 잇따라 사행성 게임 근절 차원에서 불법 성인 게임장에 대한 초강력 규제를 선언하고 나섰다. 새로 제정된 ‘게임산업진흥법’의 핵심 축중 하나도 다름아닌 사행성 게임 근절이다. 또 앞으로 각종 게임물 유통을 좌지우지할 ‘게임물등급위원회(게등위)’ 역시 불법 성인게임장에 대해선 서슬퍼런 규제의 칼날을 세울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규제를 위한 규제로는 정책의 실효를 거두기 힘들뿐더러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도리어 장애물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에 맞지않는 현행 성인 게임장에 대한 규제는 ‘안하는만 못하다’”면서 “아케이드 게임산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건전한 발전을 생각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정책 발굴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성인 게임장 관련 정책 중 가장 비현실적인 것이 소위 배팅을 제한하는 ‘1인당 9만원 룰’이다. 성인 게임장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부터 아예 사용자가 1시간에 대당 9만원 이상 투입하지 못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짧은 시간은 많은 돈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성인 게임장 이용 고객들은 여러 대의 기계를 동시에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의미한 규제인 것이다.
이는 또 사용자 편의성(?)을 떨어트려 한 판에 수 십만원씩 오가는 포커PC방이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최근 1인당 1대의 게임기만 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배팅 상한선을 더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되면 불법 음성 도박을 더욱 부채질 하고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스크린경마장을 운영했던 A씨는 “정부가 2004년말 스크린경마게임에 대한 특단의 조치로 80초동안 2000원 이내로 배팅을 제한했다가 실제 게임시간을 감안하지 못한 점을 인정해 180초에 4500원 이내로 완화한 적이 있다”면서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화면의 60%는 주 게임이 아닌 부가게임으로 채우도록 하는 이른바 ‘6 대 4’ 규정도 게임장의 투자 비용만 올리는 불합리한 정책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별 쓸모없는 60% 때문에 고가의 대형(26인치) LCD패널을 써야 하며, 이에따라 기계 부피만 커지고, 제조 단가가 상승하고, 투자 회수를 위해 불법 영업이 판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성인용 릴게임 유통사의 한 관계자는 “ 6 대 4 규정이 업주들의 부담을 가중 시키고 이것은 곧 손님의 배당률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 규제는 결국 삼성전자와 LG필립스와 같은 LCD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영상등급위원회에서는 개정한 ‘파일 용도 공개 룰’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성인 게임에 대한 심의를 준비할 때 모든 파일 용도까지 명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영등위의 취지와 달리 ‘수박 겉핧기’에 불과 할 뿐 실제로 연출된 프로그램을 제출해도 알 방법이 없다. 결국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업체들의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규정의 잦은 개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4년말 갑작스레 개정된 경품취급고시로 완성되지 않은 규정을 시행부터 하는 바람에 이 규정이 3월말까지 계속 추가되거나 수정되면서 적지않은 혼란을 야기했다. 결국 업주들의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이 이어졌으며 아직도 고시 이전에 만들어진 영업장들은 예전 규정 그대로 운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종의 ‘마녀사냥’식 규제도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가령 몇몇 성인 게임들이 예시와 연타 기능으로 대히트를 치자 정부는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명분 아래 이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 기능들은 게임성과 관련이 있을 뿐 사행성과는 별개의 요소들이다.
사행성에 대한 규제는 투입금액의 제한과 배출되는 상품권의 양을 제한할 문제이기 때문.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지 흥행에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가하는 마녀사냥식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효과를 거두지도 못하고, 관련 산업에도 득이 안되는 불필요한 정책으로 앞으로 지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성인용 게임을 개발, 심의를 기다리는 B사. 오래전에 개발한 성인용 게임을 본격 출시에 앞서 영등위 심의를 몇 개월째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영등위의 성인 게임에 대한 모호한 규정과 심의 기준으로 인해 현재 심의 통과율은 채 10%가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처리기간이 7일인 심의업무가 5개월 이상 소요되고 있다.
결국 게임을 만들고 심의를 받아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5개월간은 판매가 불가능한 것. 문제는 그 사이 규정이 바뀌거나 추가돼 심의 시점에서는 심의를 통과할 수 없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에 관련업체들이 일단 심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무조건 넣고 보자 식으로 접수를 해 심의 적체현상이 날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심의 규정이 모호하고 자주 바뀌어 타사의 심의 받은 게임을 베끼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 될 지경이다. 결국 게임성은 온데간데 없고 판박이 같이 똑같은 게임들만 양산되는 있다.
이런 현실성 없는 규제들이 난무하는 원인은 정부와 영등위가 성인 게임 산업에 대한 산업적 가치를 무시한 채 이를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시민단체들의 여론에 휩쓸리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성인게임 시장을 더욱 음성화해 법을 피해가는 업주는 큰 이익을 내고 법 테두리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는 건전한 개발사와 업자들만 발목이 잡히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케이드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 집행의 일관성을 부족한 것이 성인게임 산업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었다.”면서 “산업이 커지고 시간이 지나면, 기술이 축적돼 품질이 높아지고, 전체적인 산업의 수준 또한 높아지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소신있는 아케이드 정책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