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게임 건전 육성의 대안

사실상 현재 대부분의 성인 게임장은 구조적으로 불법과 편법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품권의 재활용, 예시 연타가 가능케 하는 개변조, 한 명이 여러대 게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자동 진행 기능 등 불법적인 개변조를 하지 않고는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개변조 등에 대해 정부의 단속 근거가 약하다는 점이다. 우선 유가증권인 상품권의 거래와 상품권의 배출은 현행법에 근거한 것이다. 주(主)게임을 통한 예시, 부(副)게임인 릴게임을 통한 연타, 자동 진행 기능 역시 영등위가 관련 규정을 정하기 전에 심의를 내준 내용이라 단속하기 애매해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따라서 성인 게임장 문제의 해법은 정부의 합리적이고 실효성있는 규제에서 우선 찾아야 한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법 테두리 안에서 보다 건전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서 실마리를 찾아야한다는 얘기다. (성인 게임)수요가 있는 이상, 공급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무조건 성인 게임에 대한 공급을 줄인다면, 더욱 불법과 편법을 사용해 음성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점에서 최근 정부가 성인 게임기에 대한 인증칩 부착 의무화와 투입·배출량을 제어하는 정책을 추진중인 것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성인 게임장이나 성인 PC방은 영세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간이세금신고대상자다. 연간 10억원의 수익을 올린 성인 게임장이 채 100만원의 세금도 내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과세 근거가 없는 탓이다. 그러나, 인증칩만 장착된다면 투명하게 납세가 이뤄질뿐더러 게임기의 개변조도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되면 성인 게임장의 수익이 부득불 급감할 수 밖에 없어 여론 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수준의 이용 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

만약 정부가 이용료에 대한 재조정없이 인증칩 부착만 의무화한다면, 성인게임산업이 완전히 와해되거나 더욱 음성적인 도박을 활성화하는 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조작을 강제화해 1인당 배팅 제한액을 현실화하고, 시간당 한도액을 지금(9만원)보다 상향 조정하는 것이 수반돼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확한 확률 분석을 통해 평균과 편차를 이용해 상품권 배출량 제한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간당 최대 얼마 배출’ ‘몇 초 안에 상품권 몇 장 배출’ 등과 같은 식으로 규제해선 이를 피해갈 명분만 제공한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방식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시간당 평균 투입량과 편차 한도로 총량 규제하는 등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음성적인 불법 성인 게임에 대해선 보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요구된다. 수 많은 규제가 무색할 정도로 성인 게임장들은 법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이는 불법 영업에 따른 수익률에 비해 처벌 수위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게임장에 대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단속과 일벌백계의 처벌, 그리고 부당이익의 환수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대응책이 나와야한다”고 지적했다.일본은 세계적인 게임강국이자 성인게임의 천국이다. 오래 전부터 ‘빠친코’란 이름으로 성인게임이 잘 발전, 관련 산업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게임장 업주나 이용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한국과는 천양지차다. 세계적인 일본기업 세가의 연간 매출(약 4조원)의 절반이 성인게임 관련 부분일 정도로 산업규모가 엄청나다. 이같은 일본 성인게임 산업의 경쟁력은 사실 일본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를 바탕으로 하고있어 우리가 벤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 성인게임기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명이 여러 게임기를 돌릴 수 없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 레버를 세게 잡고 힘 조절을 해야 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한 명이 여러대의 게임기로 편법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시간당 이용금액과 배팅 금액이 현실화돼 있어 굳이 힘들게 여러대를 돌릴 이유도 없다.

일본의 모든 성인 게임기에는 인증칩이 장착돼 있다. 게임기의 개변조가 불가능하도록 원천 봉쇄한 것이다. 인증칩은 사용자에게도 기계의 배당 상황을 투명하게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아울러 인증칩을 통해 투입·산출량을 자동 집계해 추정과세표준으로 삼는 동시에 승률 조작여부를 판별한다. 일본은 특히 성인 게임장의 영업 시간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를 어길경우 처벌수위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이를 준수한다. 24시간 영업이 가능해 많은 중독자를 양산하는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이다.“불법 성인 게임장 문제를 사회·문화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위험합니다. 보다 큰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게임산업진흥법’ 제정을 계기로 정부와 시민단체가 최근 사행성 게임, 특히 성인 게임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아케이드게임 개발사 관계자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다. 불법 성인 게임 근절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를 통해 아케이드 산업의 뿌리를 흔들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경마게임을 비롯해 국내 성인게임의 수준이 세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잘만 육성하면 유망 수출산업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 몇년새 1000억 이상의 대박을 터트린 게임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온라인게임 개발자 등 고급 인력의 아케이드행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엔씨소프트·넥슨 등 메이저게임업체들이 아케이드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프투시스템 박성규사장은 “아케이드게임은 판매가가 높고, 시장이 커서 국가적으로 적극 육성하면 엄청난 수출 유망업종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에 묶여 내수 기반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규제와 진흥 등 효과적인 정책적 뒷받침만 된다면 아케이드분야가 게임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충분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