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존’ 서비스 출시 후 당초 유선전화 통화료 매출 잠식과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 유치경쟁에만 쏠렸던 관심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자 간 도매시장인 접속료 시장에 미칠 파장으로 옮아갈 전망이다.
지난해 LG텔레콤이 다른 사업자에 망을 제공함으로써 거둬들인 접속료 수입은 6021억원. 접속료 지출을 뺀 정산수지도 2563억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당기순익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오히려 40억원의 정산수지 적자를 봤다. 접속료율이 LG텔레콤은 분당 55원, SK텔레콤은 31원으로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기분존 서비스는 LG텔레콤 스스로도 인정하듯 통화료 매출 증대 효과보다는 그동안 숨겨졌던 접속료 시장에 커다란 충격파를 제공, 조기에 활발하게 보급되면 기존 유무선 통신시장에 적지 않은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접속료 시장충격=각각 2136만여명과 156만여명에 달하는 KT와 하나로텔레콤 유선전화 고객이 비록 점진적이지만 기분존 서비스에 가입한 뒤 유선전화를 해지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보면 통화료 수입 외에 타 사업자에 망을 제공하고 받는 접속료 수입도 사라진다. 현재 KT·하나로텔레콤의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때(LL·ML) 타 사업자는 분당 18원 정도만 대가로 지급하면 된다. 그러나 LG텔레콤의 기분존 서비스를 유선전화 대신 사용할 때 나머지 사업자의 고객이 전화를 걸면 결국 이동전화로 통화한 셈이 된다. 현행 접속료율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고객의 통화료는 동일하지만 해당 사업자는 접속료 지출부담이 LG텔레콤의 접속료율인 분당 55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기분존이 고객에게는 일정부분 요금인하 효과를 주지만, 기존 유선전화 매출의 대부분을 타 사업자가 추가 부담하는 접속료로 고스란히 챙기게 되는 셈이다. 유선전화를 이동전화가 대체하는 불균형 양상이 심화되면서 유선시장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분존이 유무선 시장 간의 ‘마지노선’마저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G텔레콤의 의도=유선사업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기분존의 요금인하 효과를 따지면 1만원 안팎. 그러나 신규 가입자 및 통화량 증가, 기본요금 인상 등으로 이 정도 감소폭은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가입자 유치 외에는 통화료 매출만 따지면 이렇다 할 실익이 없는 셈. 그러나 접속료는 사정이 다르다. 타 사업자들은 KT·하나로텔레콤의 유선전화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을 3만원 정도로 추산할 때, 이 가운데 최대 2만원까지를 LG텔레콤이 접속료로 챙길 것으로 파악한다.
가능성은 적지만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가 비슷한 서비스로 가세해도 현재 요율이 유지되는 한 LG텔레콤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사업자 자율협상, 타결될까=정보통신부는 이해당사자인 사업자끼리 협의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KT와 LG텔레콤, 나머지 사업자도 이번주부터 기분존 서비스의 문제를 놓고 잇따라 협상을 할 예정이지만 명쾌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LG텔레콤은 이미 기분존 서비스를 출시한 마당에 가입자 모집을 애써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KT는 당초 법적 대응 등 초강경수도 고려했으나 원만한 자율협상 방침으로 돌아섰다. 다만 LG텔레콤이 기분존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면 조만간 예정된 상호접속 기준 개정을 위한 논의에서 KT의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차지운 LG텔레콤 상무는 “기분존을 철수할 수는 없지만 협상에 따라 가입자 모집 강도를 조절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신규 융합서비스 추세를 부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마냥 막자는 것도 아니다”면서 “다만 정통부가 새로운 시대에 대비한 새 규제 틀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그 연장선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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