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이젠 `스택`시대다](3.끝)국내 기업 전략이 없다

  국내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업체인 티맥스소프트는 최근 사업 다각화로 국내 SW업체들과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 티맥스소프트는 최근 1∼2년 사이에 미들웨어를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무프로세스관리(BPM), X인터넷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관련업체들은 티맥스소프트와 관계를 협력에서 경쟁으로 급선회했다.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모처럼 국산 SW 바람이 불고 있는데 티맥스소프트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티맥스소프트를 비난했다. 하지만 티맥스소프트는 “운영체계(OS)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이를 맞받았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전문화를 앞세워 단품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OS에서 애플리케이션까지 원스톱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SW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CTO의 말대로 세계적인 SW업체들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SW업체들이 스택 라인 업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복잡해진 전산환경을 단순화하고 비용 절감을 꾀하려는 고객들의 요구가 SW업체들로 하여금 스택 라인업을 구축하게 만들었다. 스택이 시나브로 SW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전문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기업의 영세성으로 다른 분야에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택 구축에 대한 마인드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다.

물론 전문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라클, SAP 등도 전문화를 통한 시장 장악을 통해 스택을 구축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국내 SW업체들이 세계적인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좁디 좁은 국내 SW 시장만을 겨냥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고위관계자는 “SW업체가 인터넷업체와 경쟁하는 시대”라며 “국내 SW업체들은 세계적인 SW업체들을 타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아날로그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SW업계는 단품 위주로 카테고리를 구성한다. 전사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BPM 등 업체들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전문화가 마치의 전가의 보도인양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업체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택이라는 세계적인 흐름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스택이 최선이고 전문화가 구악은 아니다. 전문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간 SW 산업 경쟁 구도에서 전문화만으로는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스택 라인업을 구축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문화 업체들이 포진해야 SW 산업의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SW 강국인 미국과 유럽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SW업계가 스택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세계적인 업체들처럼 국내 일개 SW업체가 스택 라인을 구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크다. 하지만 연합전선을 구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글과컴퓨터(OS)와 알티베이스(DBMS), 티맥스소프트(미들웨어), 핸디소프트(BPM) 등 주요 SW업체가 큰 틀에서 협력하면 한국형 스택 라인업 구축이 가능하다. IT서비스업체와 협력도 고려해 볼만하다. IT서비스업체의 컨설팅과 시스템통합(SI) 능력에 SW업체의 전문화가 결합되면 새로운 형태의 스택도 만들어질 수 있다. SW 유통업체들도 판매 SW의 결합을 통해 스택 구성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SW업체들은 세계 SW 산업을 주도할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와 같은 큰 판의 싸움에는 끼지도 못하고, 글로벌 경쟁력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