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DMA]3G로 세대교체…`패러다임` 바꾼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환경에 2세대에서 3세대로 이른바 ‘세대교체’가 올해 시작된다. 동기식 CDMA 계열인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지난 10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음성이 아닌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 올 상반기부터 선보이는 고속하향패킷전송(HSDPA)/WCDMA 서비스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IP 기반’ ‘데이터 중심’으로 옮기는 3세대 환경의 전환점을 제공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동통신에 굳이 ‘세대’를 붙인 이유는 그만큼 엄청난 기술진보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HSDPA/WCDMA는 회선별로 음성·데이터를 나누던 기술의 한계를 IP 통합망으로 진일보시키고, 유선 초고속인터넷에 버금가는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령 현재 가정에서 주로 쓰는 초고속인터넷 ‘VDSL(13Mbps 기준)’ 환경에서 700M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때는 5분 정도 걸린다. 이론적으로 HSDPA/WCDMA에서 제공하는 무선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무려 14Mbps으로 유선 초고속 인터넷에 버금가고, 이 정도면 휴대폰에서 고선명(HD) TV를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HSDPA/WCDMA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 세계 표준화기구와 통신사업자들이 합의해 만들어낸 3세대 이동통신(비동기식) 공통 표준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해외 각국의 주요 사업자가 서둘러 WCDMA를 도입하고 나선 것도 이미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는 징표다. CDMA 성공신화에 이어 우리가 HSDPA/WCDMA 서비스를 서둘러 도입하고 시장활성화에 나선다면 관련 부가서비스나 장비·단말기 산업의 해외 진출 역시 밝은 전망을 낳을 수 있다.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은 이달 삼성전자 단말기 1종을 처음 출시하며 HSDPA 서비스를 선보인다. 당장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이는 서비스는 영상전화나 글로벌 자동로밍 등 차원높은 이동통신 부가서비스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사실상 전국망 구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올해까지 추가로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기대하는 가입자 규모는 20만명, 내년까지는 15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KTF(대표 조영주)는 오는 7월께부터 HSDPA를 상용화한다. 3세대 HSDPA/WCDMA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지난해 12월 세계 유수사업자인 일본 NTT도코모와 사업제휴 및 자본투자 계약을 했다. 지난 2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만년 2위였다면 이제 더욱 진화한 3세대 시장에서는 반드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욕이다. 당초 6월부터 SK텔레콤의 WCDMA 망을 빌려 상용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지만 좀더 공세적인 자세로 전환해 연말까지 7800억원을 투입,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것도 이런 의지에서다. KTF는 내년까지는 최소 SK텔레콤의 가입자 규모 이상을 3세대 가입자로 확보하는 등 초기 시장 주도권 확보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 두 사업자가 선보이는 HSDPA/WCDMA는 △글로벌 로밍 △양방향 영상통화 △고속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등 차원높은 이동통신 서비스의 모습을 띨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로밍은 전 세계 단일통화권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고, 영상통화에는 영상사서함·실시간도로교통정보 등 다양한 양방향 영상 콘텐츠도 담길 예정이다. 주요 타깃 고객군은 데이터 서비스 이용량이 많은 20∼30대 젊은 ‘얼리 어답터’ 계층이다.

 정부가 추산하는 HSDPA/WCDMA 가입자 규모는 오는 2010년께 500만명에 이른다. 오는 2010년까지 HSDPA/WCDMA 도입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서비스 생산액 5조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조7000억원을 각각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차세대 이동통신 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서는 것처럼 해외 사업자도 주도권 선점경쟁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HSDPA/WCDMA는 국내 사업자들이 기선잡기에 나서긴 했지만, 현재 전 세계 16개 통신사업자가 강력한 상용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보다폰·오렌지·티모바일 등 내로라하는 통신사업자 10개사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 NTT도코모와 한국의 SK텔레콤·KTF 등 6개 사업자가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본 NTT도코모는 기존 2세대 이동전화 시장은 정체되는 반면, 벌써부터 3세대 이동통신시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판단 아래 한국·중국 등 해외 전략적 거점에 공세적으로 진출하려는 태세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