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나노 젖병은 황색포도상구균과 대장균을 죽이거나 막아내지 못했다. 일반 젖병과 같은 위생관리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시중에서 팔리는 ‘은나노 젖병’ 17종을 실험해 본 뒤 내린 결론이다. 모두 항균력이 미약하거나 거의 없다는 것. 일부 제품에는 항균력뿐만 아니라 ‘냄새를 없애고 식품 보존기간이 늘어나는 효과’까지 표시됐지만 이것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은나노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은이 가진 일반적인 기능(항균력·탈취력·식품보존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막연한 확대 해석’으로 결론이 났다.
은의 여러 기능은 은수저를 사용하고 우유 안에 은동전을 넣어두는 등 체험에서 입증됐다. 이에 근거, 은나노 입자를 활용한 젖병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판매업체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은나노=항균력’이라는 소비자 착시를 유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 과학기술자는 “항균 효과를 얻으려면 아예 은만으로 젖병을 만들어야된다”라고 말했다. 젖병 소재인 ‘은나노 처리를 한 플라스틱(폴리카보네이트·폴리에테르설폰)’의 항균효과를 100% 믿을 수 없다는 것.
제품 기능을 보증할 시험·인증체계도 없는 상태다. 은나노 젖병에는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를 검증하는 ‘제품인증시험’이 아니라 ‘단순 의뢰 시험결과’만 표시돼 있다. 단순 의뢰 시험은 원료·부품 공급업체(의뢰자)가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시험하고 결과를 낸 것이다.
그래서 의뢰 시험기관들은 ‘이 성적서는 의뢰자가 제시한 시료의 시험분석 결과로서 소송, 광고, 기타 법적 요건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할 정도로 신뢰성이 떨어진다.
은나노 젖병을 판매하는 회사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아용품 전문업체와 대형 할인유통점도 포함됐다. 일단 팔고 보자는 얄팍한 상술에 굴지의 기업까지 발을 들여놓아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