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업계가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은 재료 특성, 생산 조건 등의 데이터를 입력한 후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에서 실제 제품처럼 만들어보는 작업이다. 자동차나 조선, 디지털가전 등의 분야에서는 일찍부터 시뮬레이션을 도입, 큰 효과를 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전자 부품 업계는 관심이 적었다.
시뮬레이션은 제품 제작 과정을 컴퓨터 상에서 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아직은 시뮬레이션 도입이 일부 시장 선도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효과가 가시화될수록 전자 부품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최대 부품 업체인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작년 초 만든 CAE(Computer Added Engineering)팀을 최근 대폭 보강했다. 삼성전기는 국내외 박사급 인력을 대폭 충원, CAE팀 인력을 2배로 늘렸다. 작년까지 CAE팀은 주로 칩 부품 등 구조가 단순한 제품을 시뮬레이션했는데 최근 양자역학, 광학, 분자모델링, 재료 등을 전공한 전문 인력이 들어오면서 LED나 카메라모듈 등 한층 복잡한 제품 영역까지 이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삼성전기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정확한 개념설계와 개발방법을 마련, 시행착오를 줄이고 비용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개발뿐만 아니라 제품 양산 단계에서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적용하는 생산시스템 그룹을 올해 초 만들었다. 개발이 완료된 제품을 대량생산에 적용하기 전에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문제점을 미리 파악, 생산을 효율적이고 빠르게 한다는 방침이다.
인쇄회로기판(PCB) 선도 업체인 대덕전자(대표 김영재)도 업계 최초로 설계 단계에서 완제품 품질을 미리 측정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덕전자는 이 시스템 도입으로 PCB 설계에서 시제품 제작, 양산 제품 제작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개발 과정을 한 단계로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가장 빠른 시간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 회사는 향후 일반 PCB는 물론이고 반도체용 PCB까지 시뮬레이션을 확대, 고부가 제품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LG이노텍(대표 허영호)은 개발 제품별로 흩어져 있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중앙연구소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LG이노텍은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수준에 그치는 분야까지 아울러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