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 한국 공략 `불발`

올해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하이얼이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고전하고 있다.

 국내시장에 진출한 뒤 TV 광고를 방영하는가 하면 최저가 이벤트를 펼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당초 목표 판매량의 10%도 달성하지 못한 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특히 작년 말 국내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전자전문점, 홈쇼핑 등 유력 가전유통망을 전혀 뚫지 못해 당분간 한국시장 착륙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9일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0일간 하이얼 LCD TV 신제품 1000대를 시중유통가보다 24% 할인한 염가로 한정판매키로 했으나 실제 판매량은 목표치의 5%에 불과한 50여대로 집계됐다고 한다.

 옥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이얼 브랜드가 아직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이얼의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가전유통업계에도 팽배하다.

 하이얼코리아는 작년 말부터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전자전문점 입점을 타진했지만 아직 입점이 결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롯데마트, 까르푸, 홈플러스 등 할인점과 입점 협상도 마무리된 곳이 아직 없다.

 또 옥션 초특가 이벤트 이후 홈쇼핑에서 LCD TV 판매도 적극 추진중이나 아직 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가전유통업체 관계자는 “품질, AS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국내 대기업과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전자전문점이 하이얼의 입점을 선뜻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유통망 확충에 난항을 겪자 하이얼이 가장 경쟁력 있다고 자부한 에어컨 사업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이얼코리아는 최근 에어컨 성수기를 앞두고 서울, 부산, 대구 3곳에 전문점 계약을 체결했으나 전국 대리점이 200개가 넘는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비해서는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하이얼코리아 관계자는 “TV판매가 저조한 것은 아직 하이얼이라는 브랜드가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빚어진 결과”라며 “전자전문점, 홈쇼핑 등과 입점 협상을 어떤 형태로든 이달 말까지 마무리짓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5, 6월에 월드컵과 에어컨 특수가 본격화되는 만큼 제품 판매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정은아기자@전자신문, jyajang·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