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기술의 산업 기술화에 정부가 나선다.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방위사업청은 부처 공동으로 ‘민·군 겸용 기술 사업 활성화 포럼’을 10일 개최했다. 민·군 겸용 기술 사업은 민·군 겸용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군사 부문과 비군사 부문의 기술 이전을 확대해 산업경쟁력과 국방력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한국형 다목적 헬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김종갑 산자부 차관은 “민·군 겸용 기술 사업은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 사업으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일관성 있는 기술 개발과 정책 추진을 위해 각 부처가 힘을 모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경쟁력과 국방력 동시 확보=민·군 겸용 기술 사업은 실용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법률적 근거는 지난 98년 4월 민·군겸용기술사업촉진법이 제정된 후 99년 7월 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2004년 9월 정부조직법으로 개정됐다. 법 개정으로 주관부처가 과학기술부에서 산자부로 변경됐다.
사업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민·군 겸용 기술 개발로, 민·군 양 부문에 공통으로 필요한 기술의 개발 및 민수·군수 시장으로의 상용화 지원을 목표로 한다. 산자부와 정통부·방사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사업이다.
둘째는 민·군 기술 이전으로, 민·군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타 부문 이전과 활성화를 지원한다. 산자부와 방사청이 협력하는 사업이다. 셋째는 민·군 기술 정보 교류로, 산자부가 주관이 돼 민·군 기술 정보의 교류와 기술 사업 관리를 위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넷째는 민·군 규격 통일화인데, 생산과 군수 구매의 효율화를 위한 민수 규격의 우선 채택 및 민·군 복수 규격의 통일화를 이루는 작업이다. 민·군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 표준이 같아야 한다.
◇법·제도와 추진체계 정비 시급=이춘근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는 민·군 겸용 기술 사업에 대해 “현행 사업의 협소한 범위를 포괄적인 민·군 기술 협력 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민·군 겸용 기술 사업의 개념과 범위의 협소성, 상향식의 과제 도출 방식, 산만한 추진체계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박사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개념 및 범위를 확대해 포괄적 민·군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방위사업청의 획득 계획과 연계된 과제 발굴을 통해 R&D 투자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제도와 추진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군 겸용 기술 사업은 WTO 체제 하에서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과학기술 전략이다. 국방 R&D 예산을 산업기술 R&D로 전환하는 효과를 가져와 투자의 효율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념의 확장과 함께 법·제도적으로 기술 이전 체계를 세워놓으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첨단 기술의 전초기지로 활용=군사기술이 과학기술이라 할 만큼 군의 기술은 첨단을 달린다. 최고의 통신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도 1960년대 미군이 처음 사용한 알파넷에서 유래됐다.
앞선 기술을 자랑하는 군사기술의 산업화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라크전을 첨단 기술전으로 표현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군사기술이 국방용으로만 머무를 경우 기술의 확산이나 경제적 가치는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기술 이전 실태를 보면 산·학의 기술 이전은 낙후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군 기술 개발은 초기 단계로 아직 체계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이제 시작단계인만큼 개발된 기술의 산업화에 대해 정부가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매년 2조원 넘게 상용화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정부 지원금이 군 기술의 산업화로 투자의 효율성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