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SIM카드 정책 바뀌나…

 정보통신부의 이동통신용 가입자인증모듈(SIM·USIM)카드 정책 방향에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2세대 이동통신용(SIM)카드를 도입하고, 3세대 이동통신(WCDMA)용(USIM)카드의 ‘로크인’(lock-in)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던 진대제 전 장관의 공식 발언이 최근 백지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WCDMA 상용화를 앞둔 이동통신사업자는 당초 계획대로 가입자를 자사의 관리 아래 둘 수 있는 USIM카드 로크인 기능을 채택하고 본 서비스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이달과 오는 7월 각각 WCDMA 상용서비스에 나서는 SK텔레콤과 KTF는 필수 탑재규격인 USIM카드에 자사 가입자 여부를 식별해 호를 제어할 수 있는 ‘로크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2세대와 달리 비동기식 3세대 표준인 WCDMA에서는 가입자 진위를 가리는 USIM카드가 필수규격으로 탑재되며, 사용자들도 단말기와 사업자에 상관없이 이 카드만 구입하면 WCDMA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SK텔레콤·KTF 등 사업자들은 우리나라 초기 시장환경의 특성상 USIM카드 개방보다는 로크인이 조기 시장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애초부터 로크인을 추진해 왔다. 사업자 간 서비스·가입자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시장 유발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USIM카드를 통해 전 세계 자동로밍 등 단일통화권을 구현할 수 있는 WCDMA 서비스지만, 국내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 사이에서만 서로 차단되는 것이다.

 사업자들의 이 같은 계획은 최근 SIM카드 정책에 대한 정통부의 기류 변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진 장관은 지상파DMB 유통에 미온적이었던 이동통신사업자들을 겨냥, “계속 반대할 경우 2세대 이동전화에 SIM카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올 초 임시국회에서도 단말기 보조금 공방이 이어지자 SIM카드 도입을 통한 이동전화 유통구조 개선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WCDMA용 USIM카드의 로크인 기능을 해제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게 정통부의 방침이었다.

 그러나 노준형 장관과 유영환 차관 취임 이후 정통부는 기존 통신규제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상황이며,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SIM카드 도입 및 USIM 카드 로크인 해제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쪽으로 다시 선회하는 분위기다.

 정통부 관계자는 “SIM카드 도입이나 USIM카드 로크인 해제에 대해 아직은 구체적인 방향을 잡은 것은 아니다”며 “백지화한 것은 아니며 향후 시장에 나타날 여러가지 영향을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그때 가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원래 진 장관도 SIM카드를 도입하거나 USIM카드 로크인을 풀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정책방향을 결정했던 사안이 아닌만큼 당시 확대 해석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해와 올 초 있었던 SIM카드 정책이슈가 상당부분 돌출적이었고, 시장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환경에서는 종전 2세대와 마찬가지로 USIM카드에도 로크인 기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 사실상 백지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010 번호통합을 비롯해 SIM·USIM 카드 정책 등 정통부의 기존 통신 규제현안에 여러가지 변화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