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보르도`에 취하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출시한 LCD TV  ‘보르도’가 출시 3주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구로동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보르도 TV를 살펴보며 상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출시한 LCD TV ‘보르도’가 출시 3주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구로동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보르도 TV를 살펴보며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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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남서쪽 562㎞ 지점 인구 20여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 보르도. 가론강을 중심으로 포도 생산이 유명한 곳이다. 이곳이 다시 뜨고 있다. 와인잔을 닮은 삼성전자 ‘보르도 TV’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삼성전자가 만든 ‘보르도’에 취해 있다. 디자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등장한 보르도 TV는 한달 만에 국내에서 약 1만5000대를 팔아치우며 기록을 세웠다. 해외에서도 출시 50일 만에 45만여대를 팔면서 올해 세계 가전업계 최고의 히트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LCD TV ‘보르도’는 첫주 3400대를 시작해 한달 만에 1만4600대를 팔았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의 최고 히트작이자 ‘밀리언셀러’였던 LCD TV ‘로마’시리즈 판매기록도 순식간에 갈아치웠다. 출시 한달 만에 단일품목 TV가 1만대 이상 판매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적에 가깝다. TV 부문에서만 100억달러 매출을 넘어서겠다는 올해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전 세계 60개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 미국 ‘PC월드’도 최근 인터넷판에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색상 표현력, 수준 높은 영상력을 지닌 제품’으로 평가, ‘베스트 바이’로 선정했다. 32인치 보르도 TV는 평점 80점으로 74점에 머문 소니와 샤프의 LCD TV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폭발적 수요 증가에 따른 쇼티지 상황’. 삼성전자 DM총괄에서 만든 내부 문건에 들어있는 말이다. 주문량을 못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북미지역에 연이은 딜러쇼를 개최하며, 이들에게서 추가물량 주문을 받아내고 있다. 4월 24·25일 캐나다에서 열린 한 딜러쇼에는 당초 예상한 참석자 50명을 넘어, 딜러쇼 사상 최대인원인 180명이 모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그 자리에서 2500만캐나다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였다.

유럽지역에서는 필립스를 누르고 15주차 기준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출시 한달 만에 보르도 블랙과 화이트가 각각 히트리스트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대사관에서는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보르도를 잘 알려줘서 고맙다는 것과 보르도 방문 시 프랑스 정부가 가이드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동남아지역에서는 올 1월 LCD TV 판매순위가 3위권이었으나 보르도 출시 이후 무려 6%포인트를 끌어올리며 18%로 1위에 올랐다. 소니는 14%에 불과했다.

보르도의 산파는 와인을 즐기는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이다. 해외출장 시 현지 주재원이나 바이어와 식사할 때, 기자간담회를 열 때 그는 자주 와인을 추천한다. 골라준 와인은 늘 성공작이었다. ‘보르도’ 역시 최 사장이 골라냈다. 최지성 사장 특유의 와인 감별법이 TV 시장에 적용된 셈이다. 삼성 스타일의 TV를 제조해 세계에 권하고 있다. 최 사장은 보르도가 만들어지자 국내 3일, 미국 1주 만에 진열을 완료했다. 국내 2주, 미국 4주가 걸리던 기존의 진열기간을 대폭 줄임으로써 전 세계가 동시에 ‘보르도’에 취하도록 만들었다. 부드러운 V라인과 차별화된 디자인, 공격적 마케팅 전략은 한달 만에 보르도를 명품으로 올려놨다. 삼성전자는 해외의 많은 매장에서 보르도와 소니 브라비아를 비교 전시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DM총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보르도로 세상을 취하게 만들어보자, 그러나 우리는 취하지 말자.”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