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계가 올해 작년 대비 20%가량 늘어난 공격적 경영계획을 수립, 사상 처음으로 시장규모가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자산업의 기초인 PCB업계의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은 부품뿐 아니라 완성품(세트) 시장의 선행지표 성격이 강해 올 IT경기 회복의 청신호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용PCB와 휴대폰PCB, 디스플레이PCB 등 분야에서 강한 성장세가 기대돼 우리나라 주요 수출상품인 반도체와 휴대폰·디스플레이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주요 PCB업체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주력하는 한편 차세대 제품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어 세계시장에서 국내 PCB산업의 경쟁력이 한단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국내 생산 5조원 돌파 예상=국내 매출 상위 20개 PCB업체의 올해 매출목표 총액은 4조7820억원에 이른다. 국내 PCB 생산업체는 100개를 웃돈다. 이번 조사 대상을 제외하고도 최소 30개 업체가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 업체의 목표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국내 PCB 생산액은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전기는 올해 PCB업계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삼성전기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용PCB에 주력하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은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4550억원의 PCB 매출을 올린 LG전자는 올해 5500억원을 달성, 업계 2위 자리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의 독주와 LG전자의 추격에 이은 3위부터는 혼전을 빚고 있다. 이 가운데 심텍과 코리아써키트·이수페타시스 등이 전통의 강호인 대덕전자와 영풍을 빠르게 쫓아가고 있다.
매출 1000억원을 향해 노력하는 중견업체 중에는 DAP와 BH플렉스·뉴플렉스 등이 2배 내외의 높은 성장 목표를 제시, 눈길을 끌었다.
장동규 PSP연구소장은 “작년에는 환율 및 유가 상승에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예상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며 “하반기 이후 PCB업계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 전망은 비교적 밝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또 “특히 주요업체가 반도체용 PCB를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으로 제품 라인업을 정비했기 때문에 수익성 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전문화로 수익성 극대화 꾀해=올해 국내 PCB업계는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국내 주요 PCB업체들이 백화점식 생산을 지양하고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특정 분야 제품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종류의 PCB를 생산하는 업체가 고전하는 반면에 일찍 전문화를 선택한 업체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PCB업계는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문을 찾아 올인하는 전문화에 주력하고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국내 최대 PCB업체인 삼성전기는 반도체용 PCB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 회사는 세계 플래시메모리 수요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이에 필요한 패키지 PCB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기는 반도체용 PCB라인 증설 예산으로 2150억원을 잡았다. 이는 작년 PCB 전체 설비 투자비 520억원의 4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반도체용 PCB의 한우물을 판 심텍은 업계에서 드물게 목표매출을 초과 달성했다. 이 회사는 현재 반도체용 PCB 전용라인에서 현재 월 2만㎡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오창에 기존 공장 면적의 2배에 해당하는 부지를 확보, 차세대 반도체용 PCB공장을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다.
이수그룹이 자본잠식 상태였던 유로써키트를 인수해 만든 엑사보드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다는 평가를 받던 디스플레이용PCB에 집중, 1년 만에 매출 210억원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회사는 올해도 디스플레이용PCB 설비를 확충해 매출 500억원을 돌파할 방침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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