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왜 나왔지” “대통령 후보 경선에 ‘과학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은 좀 이상하지” “저 사람 우리 정치판에서 과학외골수로 통하는데 이제 후보경선에서까지 외골수가 되는 건 아닌가”.
내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언론사들의 촌평이다. 나도 우리 정치풍토에서 대통령의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2억원의 후보등록비를 내면서까지 엉뚱한 모험을 결단했을까.
대통령 당선은 하늘의 운이 따라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노력하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따라서 그동안 행정부 장관·정당 정책위의장·국회 상임위원장·청와대 대통령자문위원장의 4부 요직을 거친 경험, 수많은 과학기술관련 입법을 주도하면서 얻은 지혜, 그리고 15년간의 기업 연구개발(R&D) 업무에서 얻은 전략적 사고를 출신지역발전에 헌납하고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 됐다.
그래서 부산시장 출마를 결심했다. 더욱이 어려운 부산경제에 기적을 만들면 다른 자치단체도 본받게 되고 그러면 나라 전체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부산을 부산주식회사로 보고 부산소재 대학들은 중앙연구소, 부산기업들은 생산·영업부서, 부산시청은 기획관리부서로 만드는 것이다. 이같이 부산주식회사의 기본틀을 짜서 창조적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외자 유치에 성공하면 부산경제의 기적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했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서는 후보인 제갈공명이 유권자이자 주인인 유비를 3번 찾아가 부탁해야 할 뿐 아니라, 불합리한 벽도 존재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럴 바에야 그 노력과 비용을 대통령후보경선에 들이면 한 달가량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후보토론을 하게 되고, 이를 3대 TV를 비롯한 언론이 보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고 믿었다. ‘과학대통령, 절대파이를 키우는 창조정치를 하자. 이대로 가면 중국경제식민지가 된다’는 주장을 후보토론에서 열심히 피력했다.
사실 일본은 지적재산입국(知的財産立國), 중국은 과교흥국(科敎興國), 세계는 지식재산경제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3억명의 아랍민족에 포위된 750만명의 이스라엘은 과학기술로 국방과 경제의 양면을 살리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데 착안해, 대통령후보경선에 뛰어들어 자랑스런 우리 국민의 사고를 바꾸어보리라 결심했다. 2억원의 후보등록비 마련을 위해 회사 퇴직금으로 사 둔 땅을 헐값에 급히 팔 수 있도록 내조해 준 집사람 덕택에 이 같은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했다.
신나는 후보경선토론의 전국순회일정을 마치면서 그 과정을 ‘꼴찌과학대통령’이라는 책에 정리하기도 했다. 어려운 결단을 마무리했을 때 “최소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경선에서 제일 수지 맞는 장사를 한 사람은 이상희 후보다” “저런 주장이 먹히는 시대가 하루 빨리 와야지” “전자군복무제 등이 특히 젊은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었지” 이런 촌평이 우리 언론의 입에서 나왔다. 이제, 창조적 두뇌입국을 주장하는 대통령 기사를 우리 언론이 적극적으로 다루는 때가 오기를 나는 학수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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