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레이싱 게임은 FPS 장르에 이어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RPG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동안 마니아 장르로 인식돼 왔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깬 것이 2004년 등장한 ‘카트라이더’였다. 초기의 우려와 달리 캐주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리니지’ 등 강력한 라이벌들을 제치고 단숨에 인기순위 1위에 등극하는 등 대중화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카트라이더’는 ‘레이싱게임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깼을 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대중성을 확보한 것이다.
또 ‘카트라이더’ 이전에 등장했던 여러 작품들도 레이싱이라는 장르를 알리는데 일정부분 기여했기 때문에 저변이 크게 확대될 수 있었다.
이와함께 정액제에 대한 유저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레이싱게임은 쉽게 부분유
료화를 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개발사들의 구미를 당겼다. 부분유료화방식은 레이싱 경기장에 입간판을 설치하거나 경주용 차량으로 수익을 얻는 등 유저들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개발사의 입장에서 볼때 MMORPG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이고도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도전해 볼만 한 것이다.
물론 레이싱게임들이 부활을 선언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지만, 온라인이 지닌 시스템적인 한계로 인해 콘솔게임의 작품성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카트라이더’의 성공에 힘입어 레이싱 장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지만, 장르적 특성때문에 붐업가능성에 대해선 대다수 관계자들이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통레이싱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레이싱이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분명 시장에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레이싱 게임을 대중화하기 위해 e스포츠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레이싱게임의 경우 고난도 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짧은 시간에 판가름 나는 승부 등 e스포츠로 성공할 수 있는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싱게임이 e스포츠로 자리잡을 경우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e스포츠로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스타크래프트’와 견줄 수 있는 리그로 인정받고 있는 ‘카트라이더’ 리그의 경우 가장 근접한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리그로서 성공하기 위한 삼박자 즉 유저, 자본, 프로게이머가 아직은 기대이하라는 것.
레이싱 게임에 대한 일반 유저들의 인식이 높지 않고, 관련 프로게이머의 수가 극히 적은 단계에서 차세대 e스포츠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온게임넷 윤인호 매니저는 “무엇보다 프로리그로 성장하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경우 효과가 입증된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하고 스폰을 구하기가 어렵다. 앞으로 임요환과 같은 프로게이머가 레이싱 게임에 등장하고, 점차 많은 유저가 생겨난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카트라이더’리그가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레이싱장르이기때문에 그렇다고 생각치 않는다. 게임 자체에 인기를 따져야지 장르에 국한돼 판단하는 것은 무리”고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직관성이 높아 승패에 대한 구별이 뚜렷히 구별되고 일위로 들어오면 승리하는 간단한 게임의 룰은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손쉽게 관전을 할 수 있기때문에, 앞서 설명한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면 포스트 ‘스타’로서의 성공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이미 ‘카트라이더’에서 입증됐듯 경기장에 입간판이나 차량을 활용한 마케팅 수단의 효과는 대기업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앞으로 다양한 게임이 출시되고 시장에서 붐업이 일어난다면 그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