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네오위즈 제작본부장 정상원

정상원(37) 네오위즈 제작본부장은 유명하다. 넥슨의 시작을 함께 했고 대표이사까지 맡았다가 전격 사퇴, 띵소프트를 설립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오위즈와 손을 잡았다. 개발자로 시작했지만 기획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대부분 성공의 길을 내달렸다.

 그리고 이제 ‘피파 온라인’으로 세계 1위 게임그룹 EA와 공동 개발을 진두 지휘하는 등 ‘바닥’부터 그의 이름처럼 ‘정상’까지 골고루 밟아 본 사람이다. 여전히 게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개발자를 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쉬지 않고 뛰고 있다.

“ ‘피파온라인’은 온라인 스포츠게임의 새로운 대안입니다. 세계 굴지의 인기 타이틀 ‘피파’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될 정도입니다. 저희가 지닌 노하우를 접목하면 최강의 축구온라인게임이 탄생하는 것이죠.”

그의 말은 단호했다. 정 본부장은 “작년 겨울부터 ‘피파온라인’을 완성시키기 위해 EA와 협상하고 작업을 진행해 거의 해외에서 살았다”며 작고 가는 눈으로 웃었다.

# 롤플레잉 요소 새롭게 도입

그는 처음부터 ‘피파’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고 MMORPG와 캐주얼게임들의 요소를 응용해 유저가 구단을 소유하고 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EA라는 자존심 강한 세계적인 업체에게 무척 당황스러운 요구였다고 한다.

그러나 EA는 정 본부장을 믿고 그의 생각을 따르기로 했다. 현재 네오위즈와 EA는 ‘피파온라인’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네오위즈 측은 유저가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직전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게임 자체에 대해 한 마디도 못하는 신세가 아니다. 최근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키보드 딜레이 문제와 정해진 공격 루트를 수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수정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정말 이상합니다. 키보드가 아닌 게임패드로 플레이 하면 딜레이 현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패드로 플레이한 분석 자료를 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또 정해진 공격 루트가 존재하는 부분도 수정돼야죠. ‘피파온라인’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피파온라인’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했다. 패키지에 최적화된 ‘피파’가 이렇게 훌륭한 모습으로 온라인시장에 나타난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역시 정상원’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 들고 있다.

# 개발자 노력에 정당한 보상이 중요

정 본부장은 원래 넥슨 출신이다. 이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회사의 초창기 멤버로, 삼성에 근무하던 시절 바로 옆 회사가 넥슨이어서 눈여겨 보다가 자리를 옮겼다. 게임을 통해 미래를 보았고 그 비전에 자신의 열정을 던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처음에는 프로그램을 직접 짰으나 이후에는 기획과 총괄 프로듀서로 역할로 옮겼고 넥슨의 히트작들에 관여 했다. 대표이사도 잠깐 했으나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아 재임기간이 길지 못했다. 그리고 어떤 뜻을 품고 스스로 독립해 띵소프트를 설립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잘 나가는 넥슨의 핵심 개발자가 말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깊은 사연이 있었으나 그는 언급하지 않았다. 화제를 개발자가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 문제로 돌렸다.

그는 국내 게임계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개발자의 잦은 이직을 들었다. 조금 유명해지고 인정받으면 곧바로 자기 자신의 개발사를 차리는 일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이 이유가 바로 개발자에 대한 대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정당당하게 받아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해서 게임이 성공하면 충분한 보상을 주고 싶습니다. 의외로 이러한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개발자들이 독립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반드시 고치고 싶습니다.”

그는 결연하게 말했다. 개발자 출신으로 길고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도달한 그가 말한 부분은 결코 한쪽 귀로 흘려 들을 수 없었다.

# 비전 담은 온라인 게임에 도전

 정 본부장은 자신이 직접 만들고 있는 온라인게임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의 MMORPG와 완전히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장르도 어떤 특정한 분야에 치우진 것이 없고 두루두루 통용된다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그는 “미래의 온라인게임은 당연히 비전을 담아야 한다”며 “마음 편하게 ‘리니지3’ 같은 게임도 좋지만 자신의 길을 추구하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일종의 책임감마저 묻어났다. 온라인게임 초창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쉴새없이 달려온 선구자로서 그가 관여했던 많은 게임들이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풍토가 대부분인 가운데 스스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또 다시 도전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앞으로 더 많은 게임들이 공개될 것입니다. 자체 개발도 있고 퍼블리싱도 있어요. 지켜봐 주시면 이 회사가 어떤 곳이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그의 말에서 알 수 없는 그 어떤 힘을 느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