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조이스펠 개발이사 이근주

“철학을 전공한 것이 게임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줄 몰랐습니다.” 현재 오픈베타 서비스 중인 ‘미끄마끄 온라인’의 개발을 맡고 있는 이근주 조이스펠 개발이사의 말이다. MMORPG론 처음 도전하는 작품이기도 한 이 게임에서 그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다고 한다.

“게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선 또 다른 사회라고 생각해요. 서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를 성장시키면서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하고 활동도 같이 하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사회시스템과 같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는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이런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작업에 임했다. 현재 작품에 나타나 있는 ‘소울시스템’과 같은 조금은 생소한 개념들은 바로 이런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 컴퓨터는 가장 완벽한 시스템 확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게임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철학은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하는 학문입니다. 인간이 가진 불완전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학문이기도 하다”며 “인간이 가진 불완전성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것 중 수학이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고, 그래서 그는 수학적 언어의 총아인 컴퓨터언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멀티미디어 관련 스터디그룹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IT 분야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을 시작으로, 컴퓨터 그래픽 용역업체를 거치기도 하고 만화영화 제작에도 참여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의 사주닷컴의 전신인 역학천문대를 만들었으며, 최초의 3D 커뮤니케이션 게임인 ‘카페9’이란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 등 정말 그의 이력은 다양하고 화려했다. 99년 이 작품을 선보일 당시만 해도 지금의 그래픽카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3D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것이라 할 수 있다.

# 커뮤니티 사이트 론칭실패 아쉬워

“처음 커뮤니케이션 게임을 만들었을 때 마침 TTL로 대대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해나가던 SK텔레콤의 전략과 맞아 떨어져, 브랜드 포털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진들의 대부분의 그 당시의 팀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TTL 핑고’라는 것을 만들어 냈지만, SK 글로벌사태를 겪으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된 점은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2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그는 차기작을 준비하게 된다.

“MMORPG는 게임의 룰을 유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작품과 차이점을 주기가 어렵더군요.”

커뮤니티게임을 만들었던 그가 처음 이 장르에 도전하면서 느꼈다는 것은 바로 너무도 분명한 RPG의 룰이었다. 즉 기존 ‘리니지’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부분에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그가 생각해낸 차별점은 바로 캐릭터였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의 룰을 따르고 있는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캐릭터가 가진 중요한 요소인 개성을 살려낸 것은 정작 없다는 것에 주목한 그는 단순히 스탯을 조정하고 클래스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차별성보다 캐릭터 자체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다면, 기존 작품과는 전혀 다른 것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졌다.

# 시나리오에 심오한 메시지 담고 싶어

“직업과 클래스를 제 아무리 다양화 시켜도 보여지는 모습은 천편일률적인 기존 작품에 식상한 유저가 분명 있을 거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점점 높아질거라는 확신도 있었고요.”

‘미끄마끄 온라인’의 독특한 아이템 시스템과 강화시스템은 바로 이런 그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처음 개발을 기획했을 때 부터 부분유료화를 생각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정액제는 올바른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패키지게임들은 유저가 타이틀을 구입하고 플레이해야 한다는 면에서 정액제가 맞지만, 온라인에서 정액제는 일종의 진입장벽의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정액제를 할 경우 유저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일정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플레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 차별이 시작부터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분유료화로 서비스가 될 경우 같이 처음부터 접근을 막는 정액제와는 달리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보다 많은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결재를 하는 유저에겐 확실한 혜택을 보장해야 것은 당연하다.

“이제 오픈베타를 시작했기때문에 또 다른 출발점에 서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문제점들을 보완해나가면서 시스템의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시나리오에 심오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기도 합니다. ”

개인적으론 상업성과 게임성을 적절히 맞춘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앞으로의 미래는 분명 밝을것이라 자신했다.

<모승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