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털업계의 경쟁 체제가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는 근본 이유는 이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게임포털은 지난 2004년까지만해도 웹보드 게임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고스톱·포커·바둑 등 이른바 온라인 보드게임이 주류이고, 캐주얼 등 일반 온라인게임은 구색맞추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넥슨이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국민게임 3인방을 내세워 게임포털 ‘넥슨닷컴’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넥슨은 이후 이렇다할 보드게임 하나 없이 고성장을 거듭, 급기야 작년엔 게임포털 시장을 평정하고 전체 인터넷 사이트 순위 6위까지 치솟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했다. 넥슨닷컴의 성공은 ‘한게임’ ‘넷마블’ ‘피망’ 등 당시 난공불락의 빅3구도를 형성했던 포털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한 것은 물론 이 시장의 트렌드마저 송두리째 뒤바꿔 버렸다.
게임포털, 특히 국민게임(?)인 고스톱의 주 이용자층인 소위 ‘아줌마부대’ 외에 남녀노소를 불문한 다양한 계층이 새로운 유저풀을 형성, 게임포털의 새 성장 모멘텀이 생긴 것이다. 반면 웹보드 게임의 성장세는 둔화세가 뚜렷하다. 물론 고스톱·포커 등이 아직도 각종 게임 인기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지만, 동접이나 신규 유저의 유입 추이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웹보드게임의 경우 사행성이 짙어 정부 규제의 여부에 따라 향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스페셜포스’(피망), ‘서든어택’(넷마블), ‘팡야’(한빛온), ‘프리스타일’(파란), ‘열혈강호’(엠게임), ‘오디션’(벅스) 등 외부 퍼블리싱을 통한 게임포털 서비스 게임이 잇따라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것도 게임포털업계의 경쟁적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오위즈의 경우 ‘스페셜포스’의 성공으로 1년만에 시가 총액이 3배 이상 증가하며 무려 1조원에 육박, 경쟁 게임포털들을 자극하고 있다. 한빛온이 ‘팡야’ ‘신야구’의 성공으로 일약 6위권 포털로 도약한 것이나 파란이 ‘프리스타일’ 하나로 엄청난 트래픽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게임포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콘텐츠 수급 체제 강화도 게임포털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NHN측은 네오플을 인수 배경에 대해 “한국-일본-미국-중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즉, 다양한 퍼블리싱과 개발사 인수를 통해 글로벌 전략의 중심인 국내에 강력한 콘텐츠 라인업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향후 세계 시장 경쟁에서 비교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엔씨소프트(플레이엔씨)·그라비티(스타이리아) 등 대형 개발사들이 잇따라 게임포털 시장에 진입, 경쟁이 가열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도 이해된다. 막강 자체 개발력 외에도 풍부한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두루 갖춘 대형 개발사들이 이 시장에 가세한다면, 안정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탓이다.
메이저 게임포털의 한 관계자는 “사실 넥슨닷컴의 성공 이후 메이저 개발사나 대기업 기반의 포털들에 대한 경계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쏠림현상이 심한 인터넷 비즈니스 속성상 만만찮은 신규 포털의 등장으로 ‘한번 밀리면 끝장’이란 위기감이 공격적인 투자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완벽한 것은 없다.’ 게임포털들이 최근 공세를 강화하며 전면전 양상을 보이는 것은 아직도 헛점이 많다는 것의 방증이다. 6대 메이저 포털 모두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상대적인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우선 최근 게임포털 1위를 탈환하며 독주 모드에 돌입한 넷마블의 경우 서비스게임만도 60개에 달할 정도의 화려한 라인업이 강점이다. FPS ‘서든어택’과 야구게임 ‘마구마구’의 강세에 힘입어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약점도 보완했다. 다만, 텃밭인 웹보드 부문에서 라이벌 한게임에 다소 밀리는데다 RPG부문에 대표 선수가 없다.
피망은 국민게임으로 부상한 ‘스페셜포스’의 후광이 강점이다. 이 게임은 회원 수 800만명에 동시 접속자 11만명을 돌파하며 롱런 가도에 진입했다. 피망은 최근 ‘XL1’ ‘레이시티’ ‘알투비트’ 등 레이싱 3인방을 내세워 새로운 트렌드화에 나섰다. 월드컵의 해에 맞춰 준비중인 EA의 ‘피파온라인’도 든든한 무기. 그러나, 넥슨·엠게임·넷마블 등 경쟁 포털에 비해 하드코어 부문에서 여전히 2% 부족하다.
넥슨의 경우는 RPG-FPS-레이싱-스포츠 등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완벽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카트라이더’ ‘비엔비’ ‘메이플스토리’ 등 국민게임 3인방의 위력도 여전하다. 차기작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문제는 30대 이상의 유저풀을 겨냥한 웹보드 장르에 구멍이 크다는 점. 새로운 트렌드인 스포츠가 다소 취약한 것도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신맞고’와 ‘포커’를 바탕으로 웹보드 시장의 절대강자인 한게임은 절대적인 포트폴리오와 서비스게임의 유저풀 면에서 경쟁 포털에 상당히 뒤처져있다. 다만 네오플 인수 등을 계기로 다소 보완될 것으로 예상되고 현재 회원 1500만명에 동접 15만명을 기록중인 일본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지배력이 돋보인다.
엠게임은 ‘열혈강호’ ‘영웅’ ‘귀혼’ 등의 잇따른 빅히트로 빅4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그러나, FPS·스포츠 등 일부 장르의 대표 선수가 없는 등 라인업이 다소 취약하고, 바둑을 제외하곤 웹보드 부문에서 경쟁 포털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팡야’ ‘신야구’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의 잇따른 히트로 오픈 이후 조기에 6대 포털로 올라선 한빛온 역시 웹보드 부문이 취약하고,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와 선발 라인업 상에서 상위 포털과는 적지않은 격차를 드러내고 있어 이를 얼마나 조기에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