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프레젠테이션이나 교육용으로 날로 그 사용이 늘고 있는 프로젝터. 영상 정보를 확대·투사해 스크린 위에 비추는 프로젝터의 핵심은 소형 LCD 광학엔진이다. 3장의 LCD 패널을 사용해 삼원색을 구현하는 광학 장비로 일본 소니와 세이코엡슨 두 회사만이 독점 생산해 왔다.
일진디스플레이(대표 박승권 http://www.iljindisplay.co.kr)는 LCD 패널을 1장만 사용한 초소형 고온폴리실리콘(HTPS) 싱글 LCD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 프로젝션 관련 시장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프로젝터용 광학엔진은 3장의 LCD 패널을 사용해 패널의 크기가 커진다. 또 광원의 빛을 3원색으로 분해했다 다시 투사하기 위한 광학 부품들이 필요해 구조가 복잡하고 제작 비용이 높았다. 일진디스플레이는 독자 개발한 초고속 구동 및 액정 응답 기술을 바탕으로 1 프레임의 화면을 표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3분의1 이하로 축소, 적·록·청 3색이 1프레임 안에 순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 1개 패널로 프로젝션을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프로젝션 광학 엔진의 크기와 가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돼 휴대폰·노트북PC 등 모바일 기기에도 프로젝터를 설치, 언제 어디서나 화면에 대화면을 투사해 즐길 수 있는 ‘유비쿼터스 스크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프로젝션TV가 대형 TV 경쟁에서 차츰 밀려나는 상황에서 프로젝션의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이다.
사실 일진디스플레이는 2002년 기존 3-LCD 방식의 패널을 출시한 바 있다. 수율 문제와 선발 업체들의 시장 장악 등으로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포기라는 상황까지 몰리면서도 뚝심으로 개발을 진행, 싱글 LCD 패널 개발의 개가를 올렸다.
일진디스플레이는 9월 50만원대의 보급형 프로젝터용 싱글 LCD 패널을 출시하고 내년 1월에 소형·보급형 프로젝터용 제품을, 4월에 모바일 기기 내장형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영화·인터넷 등의 기능이 내장된 휴대폰·PDA·게임기 등 시장의 30%를 점유,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인터뷰-박승권 사장
“어려웠던 경험을 잊지 않고 프로젝션 광학부품의 신시장을 개척할 것입니다.”
박승권 일진디스플레이 사장(46)은 일진그룹의 해결사로 통한다. 일진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공업용 다이아몬드 사업이 미국 GE와의 법정 분쟁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협상을 주도, 성공적으로 타결하며 ‘다윗’의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 바이오 벤처 ETEX에 대한 투자를 성사시킨 것도 그의 역량이었다.
그런 그에게 작년 3월 디스플레이 사업이 맡겨졌다. 당시 일진디스플레이는 정체의 늪에 빠져 1500억원의 투자를 고스란히 날린 채 사업을 접을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려 있었다. 기획통이었던 박사장은 임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돼 업무에 몰두, 싱글 LCD 패널이라는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박사장은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직원들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원한 허진규 일진 회장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서울대 재학 시절 당시 중소기업이던 허진규 회장에게 발탁돼 줄곧 일진에서 일해온 일진맨. 해외 유학과 업무를 병행하는 등 허회장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발굴된 CEO이기도 하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