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너무 잘나가도 걱정?’
최근 실리콘밸리의 호경기에 대해 과열 논란이 한창이다. 요약하면 ‘실리콘밸리의 풍부한 거품은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기업가에게는 동기를 부여하는 원천이다’ 정도가 된다. 논쟁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거품 붕괴 경계론 속에서도 거품이 기업가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원천이라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실리콘밸리의 호경기에 대해 거품 논쟁에 빠져 있다고 보도하면서 그러나 지난 2000년 거품과는 달리 과도한 시설 투자 유치나 무조건 나스닥에 들어가려는 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 팽팽=사진 공유 웹 사이트인 ‘플리커’를 공동 창업, 지난해 야후에 매각한 캐트리나 페이크 공동 창업자는 지난 3월 블로그에서 ‘웹 2.0’이라는 두 번째 인터넷 붐이 모든 신생 벤처기업들에 이익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경멸하며, 이 공허함이 지난 1998년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처 투자사인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바이어스의 존 도어는 ‘거품’보다는 ‘90년대 후반의 붐’이라는 단어를 선호하고, 어떤 이들은 이런 논란 전체를 비생산적이라고 본다.
새로운 인터넷 거품에 대한 우려의 원인 가운데는 신생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높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머니트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분기 벤처 투자사들은 전년 동기보다 12% 늘어난 761개 기업에 56억달러를 투자했다. 팰러앨토의 법률회사 쿨리갓워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벤처 투자를 받은 신생 기업의 75%는 1년 전 받은 60%보다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호황이 오히려 두렵다=현재 인터넷 산업의 모습은 90년대와 비슷하다. 신생 기업들은 사업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주류 언론이나 블로그에 출현하고 있다. 닷컴 붕괴 이후 불모지가 된 샌프란시스코 남쪽 지역(SOMA)은 다시 신생 기업과 술집 및 레스토랑으로 북적거리고 있다.
지난달 이 지역에서 열린 연례 애드:테크(ad:tech) 콘퍼런스엔 9000명이라는 기록적인 참관객이 다녀갔다. 신생 기업들은 투자가들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는 호화 파티를 다시 열고 있다.
◇경기 과열 평가 이른지도=하지만 이러한 열광은 인터넷 붕괴가 일어났던 때의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 지난해 벤처 투자를 받은 56개 기업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45억달러를 끌어 모았지만, 1999년엔 223개 기업이 178억달러를 끌어 모았다. 지난 5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0년 3월 10일의 5048포인트보다 54%나 떨어졌다.
1990년대에 기업 설립자들은 수십억달러 가치로 기업공개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사업 계획으로 수천만달러의 벤처 투자금을 끌어 모았지만 오늘날 기업들은 오픈소스 SW·HW가격 하락·아웃소싱 등에 힘입어 100만달러 미만에 설립되고 빨리 매각된다. 신생 인터넷 업체들의 가치 상승은 모방 기업들이 인터넷 인기 분야로 쇄도하게 만들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저렴하고 비슷한 신생 기업들의 증가가 반드시 엄청난 붕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또 다른 인터넷 거품이 생성되고 있는지에 대해 확답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 논쟁이 인터넷 산업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엄청난 거품이 사라졌을 때 부를 망치고 일자리를 줄어들게 했지만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광범위한 피해를 주지 않고도 기업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작은 거품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