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 제정
지난 1987년 10월 30일 제137회 국회 제11차 본회의장에서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이 통과됐다. 산·학·연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10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의원입법으로 탄생되는 감격의 날이었다.
20년 전 미국·일본·영국 정부는 ‘경제(Economy)’ ‘에너지(Energy)’ ‘환경(Environment)’을 하나로 묶는 ‘3E 정책’을 세워 관련법과 정책을 마련하는 데에 열을 올렸다. 우리나라도 동력자원부가 있어 표면상으로는 ‘3E’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행정 정책만 강조할 뿐 이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관련법의 제정을 외면하는 게 실상이었다. 행정 주도의 정책은 장관이나 정부조직이 바뀌면 덩달아 바뀌기 마련이다.
대체에너지개발은 투자효과가 나타나기까지 회임 기간이 길뿐 아니라 투자가 실패할 위험도 매우 큰 편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행정 정책으로 민간주도연구를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관련법을 마련했다. 법으로 연구재원을 정부 세출예산으로 책정하고, 정부주도로 기술개발이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나는 의원입법으로라도 우리나라에 관련법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공청회 과정에서 정부는 행정으로 가능한 일을 굳이 법제정을 해 오히려 옥상가옥을 만든다고 비난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법안제안이유에 ‘태양에너지·바이오메스·해양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의 적극적인 개발 이용을 가능케 함으로써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필수불가결한 에너지 공급문제를 해소하고, 장기적인 국가발전의 기반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심이 돼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본 법안을 제안하게 되었음’이라고 명시했다.
또 대체에너지 종류를 ‘향후 기술개발에 의해 공급 확대 또는 공급 가능한 에너지로써 태양에너지·바이오메스·동력·가스·태양에너지·폐기물에너지·연료전지 및 기타 기술개발이 가능한 에너지 등’으로 정의했다.
애초에 강제적 의무사항이었던 장기기본계획, 각종 연구기관의 구체적 활용방안 등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은 입법과정에서 임의적 권장사항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사실 20년 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석유석탄·천연가스·원자력 등에 국한되어 있을 뿐 대체에너지에는 무관심 한 것이었다. 이웃인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선샤인(Sunshine) 프로젝트’, 에너지 절약을 위한 ‘문라이트(Moonlight)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에너지 위기에 철저히 대비했다. 에너지 위기인 지금도 연간기준 대체에너지 연구개발비를 볼 때 한국보다 미국이 70배, 일본이 30배를 투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을 개정해서 강제적 의무사항을 명시하고, 국가차원의 연구실천계획과 연구개발비 투자 부분을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는 일이 필요하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현실지향이 아니라 미래지향으로 ‘대체’하는 것이 오늘날 에너지 위기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rheeshph@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