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 반도체 유통업체들 국경 사라진다

 세계 반도체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화권 기업이 서로 상대방 안방을 교차 공략하는 마지막 승부를 시작했다.

 국내 반도체 유통 및 솔루션 업체는 중국 현지 완성품 업체를 상대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반대로 대만·중국·싱가포르 등 중화권 유통업체는 한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간 해외 마케팅을 다국적 유통업체에 일임하다시피 해온 국내 업체들이 최근 해외 대리점망을 강화하면서 현지 마케팅에 직접 나서고 있다. 반도체 및 부품 수명주기가 짧아지면서 기획·개발·생산에 이르는 전방위 마케팅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화권 유통업체는 반도체 부문 세계 최대 생산국인 한국에서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디자인 등 제품 초기부터 한계를 노출, 자본투자에 이어 직접영업 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젠코아(대표 윤석원)는 국내외 반도체와 수동부품 등을 모두 활용한 내비게이터용 주기판을 중국 현지 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올해 20억원, 3년 후에는 100억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삼테크(대표 성재생)는 중국 거점을 인도와 서남아시아 등 아시아 전 지역으로 확대, 지난해 약 25%인 해외 매출 비중을 내년에는 40%로 늘리고, 2010년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반도체 솔루션업체인 유니퀘스트(대표 임창완)도 중국 자회사 사이텍테크놀로지를 통해 현지 업체를 공략하기로 하고 영업 영역을 국내 중심에서 중국으로 옮겼다. 이외에도 비에스아이코리아·신방일렉트로닉스 등 유통업체들이 싱가포르·홍콩 등에 거점을 마련해 활동중이다.

 중화권 업체 중에는 싱가포르 시리얼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투자회사인 동백물산을 단순 유통사에서 모듈을 제작하는 솔루션 공급업체로 전환중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관련 모듈을 개발해 국내 최대 단말기 업체에 공급했으며 R&D 인력도 충원하고 있다.

 대만 윈텍은 한국 법인인 윈텍코리아를 통해 국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설립 2년 만에 인력을 10배가량 늘렸으며, 전국 지역으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지역사무소를 더 개설할 예정이다. 홍콩계 유통업체인 윌라스어레이도 한국에 지사뿐 아니라 아리즈테크라는 자회사를 통해 국내 고객 확보에 나섰다.

 안충희 젠코아 부사장은 “한국 유통업체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생산 거점으로 삼고, 아시아권 유통업체는 한국으로 진출하면서 국가 간 경계가 사라졌다”며 “이는 개발부터 생산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제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영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