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수차례 경험했다.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시련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권하자 케이씨아이 대표(63)가 1988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에 이어 현재까지 회사를 일궈온 과정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듯 싶다. 케이씨아이는 85년 금융부문 SI업체로 시작, 현재는 SI와 의료 장비 및 SW개발사로 활약중이다.
그는 40대 중반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기업 CEO가 됐다.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남편이 3년여간 금융전문 SI업체를 키워 오다가 갑자기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CEO가 되기로 결심한 것과 관련 “어렵게 벌려 놓은 것을 쉽게 덮을 수 없지 않느냐”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것이 권 대표는 아이디어 제안 후 사업에 상당한 관심과 기여를 해왔다. 권 대표의 이같은 관심은 곧 회사를 정상화시켰으며 매출도 점차 큰 폭으로 신장시켰다.
그러던 91년. ‘설상가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권 대표가 과로로 쓰러져 3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당시 임원 몇 명이 합작해 공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규모도 당시 연 매출의 80∼90%에 이르는 8∼9억원에 이르렀다. 그는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이 문제에 대해 “수 년 동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권 대표는 이후에도 두차례 큰 실패를 경험했다. 금융SI시장이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95년과 98년 각각 CCTV와 수표자동인식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99년 세 번째로 도전한 ‘3D 치아스캐닝 시스템’은 대박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대학원생이던 아들의 제안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치아 석고모형을 스캔해 치아교정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신기술 제품. 치의학계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호평하고 있다. 권 대표는 “국내 의사들이 국제 학회에서 우리 기술을 발표해, 해외에서 문의가 와 수출할 정도”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서 “올해부터 미국 등 해외시장에 직접 마케팅을 시작했다”며 “올해만 이 제품으로 1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갑을 넘은 나이가 부담스러운지 제4의 도전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단지 후배사업가들이 깊이 새겨들을 중요한 한마디를 던졌다.
“기업이 한곳에 안주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돈이 되면 경쟁사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야 수익을 낼 수 있고, 그래야 기업가로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추천의 변-조명희 GEO C&I 대표
60이 넘은 나이에도 기술개발에 여념이 없다. 이같은 노력의 산물로 미국·일본·프랑스 등 해외 수출실적이 잇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도전정신과 일에 대한 열정은 여성 CEO들이 본받을 만한 좋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