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명정보기술-죽은 데이타도 살리는 `PC 종합병원`

HDD 수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비스, 제조업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명정보기술 직원들.
HDD 수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비스, 제조업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명정보기술 직원들.

 “살려 주신다면 원하시는 만큼 드릴게요.”

 하드디스크·LCD 전문 수리 업체 명정보기술(대표 이명재 http://www.myung.co.kr)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번 듣는 말이다. 물론 수리가 끝나고 정말 원하는(?) 만큼 주는 고객은 없지만, ‘정말 감사하다’는 한마디에 이 회사 직원들은 보람을 느낀다.

 지난 1990년 설립된 명정보기술은 하드디스크 수리·데이터 복구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체로 현재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하드디스크’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했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한 분야만을 고집해 온 만큼, 고객층 또한 다양하다. 일반 학생부터 직장인, 심지어는 수사와 관련돼 검찰, 국정원까지 명정보기술에 의지하고 있다.

 주요 거래처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등 쟁쟁한 기업들이다. 최근엔 하드디스크 뿐만 아니라, LCD 모니터, 노트북 수리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PC 수리 종합 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명재 사장의 회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이기도 하지만 창업 과정이 워낙 드라마틱했다.

 10년간 근무했던 외국계 하드디스크 제조 회사인 AMK가 부도나자, 이 사장은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충북 청주시 봉명동 사무실에서 씨앤시테크(명정보기술 전신)를 설립, HDD 데이터 복구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엔 복구율도 낮고 ‘데이터 복구’라는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고객의 마음으로 HDD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은 결과, 사업 규모가 나날이 커졌다. 서울, 부산 등 전국 5대 도시에 지점과 서비스 센터가 생겼고 매출액도 몇천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120여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이 사장은 “회사 근무 당시, 데이터까지 복구해 달라는 고객의 요구에 아이디어를 얻어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 “IMF를 기점으로 사세가 급성장하기 시작해, 개인용 HDD부터 SCSI 등 기업용 제품 수리도 도맡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회사가 복구한 HDD 개수만 18만여개에 이른다.

 국내 성공을 바탕으로 명정보기술은 지난 2001년 중국 상하이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03년엔 말레이시아 지사를 설립했고 같은 해 10월 일본 ‘파스콘레스큐’에 데이터 복구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올해는 미국 지사를 시작으로 일본도 직접 진출해 해외 부문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해외 시장은 온트랙 등 미주 업체가 장악하고 있지만, 가격과 기술에 자신이 있는 만큼 시장 잠식은 시간 문제라는 자체 평가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인 만큼 현지 기업과 합작, 기술 이전을 통해 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해외 시장을 뚫고 있다”며 “이 방식의 경우 현지 기업도 명정보기술의 뛰어난 기술력을 전수받을 수 있고 회사도 단독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다.

 명정보기술의 장점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복구 마진율이 90%가 넘는 만큼 국내 시장만 잘 관리해도 편하게 사업할 수 있지만 이 사장 생각은 다르다. 매일 변하지 않으면 결국 죽는다는 것.

 이와 관련 명정보기술은 올 초 저장장치에 관련된 모든 것을 연구하는 ‘명데이터스토리지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설립과 동시에 플래시메모리를 이용한 하드디스크(Mystor)를 출시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LCD 수리 사업 강화를 위해 42인치 대형 LCD TV까지 고칠 수 있는 장비를 일본에서 수입했다. 이 장비는 가격만 수억원에 달한다. 또 최근 시작한 노트북PC 사업 강화를 위해 인원 확충과 장비 구입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 사장은 “제품 수리와 관련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비스, 제조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특히, 올해는 200억원 매출 달성과 함께 성장을 위해 기업 조직도 유연하게 바꿀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비전

 명정보기술의 능력은 수리를 맡기는 제품만 봐도 알 수 있다. 최신 HDD는 물론이고 발전시설 등에 장착되는 10년 이상된 테이프 저장장치도 수리 의뢰가 들어온다. 해당 제조사도 AS 기간이 지났고 부품이 없다는 이유로 수리를 포기한 제품이다. 하지만 명정보기술은 고객이 믿고 맡긴 만큼 제품 생산국을 샅샅이 뒤져 부품을 찾아내고 또 데이터를 완벽 복구하고 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비전은 시설 투자에 있다. 수리 회사인 만큼 인력 이외 별다른 시설이 필요 없음에도 명정보기술은 자체 클래스100 정도가 유지되는 자체 클린룸을 보유하고 있다. 또 대량 수리를 위해 한번에 10개의 HDD를 검사할 수 있는 기기도 자체 개발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네트피아’팀을 운영, 데이터 복구와 관련한 SW 개발에도 열심이다. 최근엔 복구 기술을 역이용해, 영구 삭제 프로그램인 ‘디스크 이레이저’를 개발, 발표를 앞두고 있다.

 명정보기술은 보다 나은 성장을 위해 체질 개선 중이다. 과거 제품 수리에만 집중하던 직원들에게 수리와 관련한 토털 서비스 제공을 주문하고 있다. 또 수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조 사업 진출도 고민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 또한 명정보가 새롭게 공들이는 영역이다.

 특히, 해외 시장의 경우 올해가 사업 진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외국 유지·보수 업체의 경우 데이터 복구 서비스료가 명정보의 10배 수준인 3000달러(300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명정보기술은 이 점을 파고 들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올해 서비스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독일 세빗 전시회에 참가했고, 내년에도 2∼3개 해외 전시회에 자사 서비스와 제품을 출품해 해외 바이어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명정보기술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끄는 사람들

 명정보기술은 여타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영업·개발·서비스 등 모든 영역을 담당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가득차 있다. 이명재 사장은 지난 81년 PC 하드디스크 제조 회사 AMK(Applied Magnetics Korea)에서 모든 사업 노하우를 배웠다. 당시 HDD 수리·검사를 맡았던 이 사장은 당시 부품 하나 하나 철저히 뜯어보며 HDD에 대해 연구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사업에 밑거름이 됐다.

 AMK로부터 배운 수리 기술이 없었으면 데이터 복구 시장 진출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사업 초기 이 사장은 오전에 영업, 오후에 데이터 복구, 새벽 서비스 개발 이라는 강행군을 펼쳐 지금의 위치에 왔다.

 명정보기술 임원진들은 ‘명정보 마피아’라 불릴 정도로 끈끈하다. 평균 근무 기간이 10년 이상인 이들은 초기 어려웠던 시절부터 IMF 이후 최대 호황이었던 기간을 같이했다. 특히 전국 지점을 전담하고 있어 영업과 기술 개발에 정통하다.

 서울 용산, 구로지점을 관할하고 있는 유성재 상무는 올해로 입사 10년 차다. 전국에서 AS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고객 응대에서부터 기술 지원까지 모든 부문이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강남지점을 맡고 있는 주진명 상무도 회사 설립 초기 2년여를 제외하곤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강남지점은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는 만큼 일거리가 끊이지 않아, 지속적인 기술 지원에 가장 신경쓰고 있다. 주 상무는 데이터 복구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웬만한 수리는 자신이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청주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만환 이사는 본사 AS와 지방 대리점을 관할하고 있다. 입사 초기부터 영업을 전담하고 있는 김 이사는 신입 시절 고객을 위해 청주에서 서울 용산까지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 하기도 했다. 특히, 본사의 경우 심각한 결함이 있는 제품이 입고되는 만큼, 데이터 복구에 아주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 테이프 저장장치 등 기업용 제품은 중요한 데이터가 많아 특별 관리 중이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